브런치북 걷다 1 14화

캠핑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넓고 깊은 협곡을 걷다 #5

by 메이플


모뉴먼트 크릭 캠프사이트 Monument Creek Campsite에서 다들 지쳐서 겨우 저녁만 해 먹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전날 톤토 트레일을 내려오면서 다른 하이커를 한 팀 만났는데 그들은 톤토 트레일을 따라 콜로라도 강가에 있는 캠프 사이트로 간 모양인지 캠프사이트에는 우리 일행뿐이었다. 이튿날 아침은 평온하게 밝아왔다.


다음에 묵게 될 솔트 크릭 캠프사이트 Salt Creek Campsite까지는 3.4마일만 가면 되었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아침을 먹고 텐트도 걷지 않고 짐은 둔 채 크릭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가이드북에 “Nearly unbroken 2,800-feet walls of the Abyss”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2800피트 넓이의 바위가 성채처럼 펼쳐져 있는 뭐 이런 뜻인 것 같다. 바위들이 솟아 있는 크릭을 따라 올라가자, 엄청나게 큰 바위가 성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크릭 쪽에 트레일이 있다고 있다고 나오는데 크릭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동안 트레일을 찾지 못했다. 위쪽으로 트레일이 없는 것은 확실했다. 텐트를 걷고 다시 배낭을 꾸려 출발한 우리는 여전히 트레일을 찾지 못했다. 가이드북에도 캠프사이트에서 동쪽으로 스위치백을 해서 250피트 정도 올라가야 한다고 했고 지도에도 캠프사이트 근처에 트레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는데 트레일은 찾을 수가 없었다.


길을 찾지 못한 우리들은 혹시나 해서 전날 온 길로 돌아가서 S가 헤맸던 숲으로 가보았다. 가야 할 방향을 알겠는데 길은 종잡을 수 없었다. 두어 시간 길을 찾아 헤매다 지쳐서 길을 못 찾으면 하루 더 묵고 온 길로 되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즈음, 우리가 묵었던 캠프사이트 쪽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반대방향에서 오고 있었는데 트레일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인사를 나눈 후에 트레일은 캠프사이트 옆의 크릭을 건너 건너편의 바위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알려줬고 물을 얻기가 힘들지만 다음 캠프사이트에 마실 물이 있기는 할거라도 하며 길을 떠났다.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갔던 길로 되돌아올 뻔했다.


트레일 표시가 크릭 건너편 바위 아래쪽에 있었는데 아침부터 크릭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걸 보지 못한 것이었다. 트레일은 언덕을 스위치백으로 올라가자 분명하게 보였다. 왼쪽으로 저 멀리 아래 콜로라도강이 가끔씩 보이고,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은 림에서 내려다볼 때와는 달리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황량했지만 아름다웠다.


트레일을 찾느라 오전 시간을 허비하고 점심때쯤 출발한 탓에 다시 햇볕이 달아오르는 오후에 트레일을 걷게 되었고, 오후의 극점을 치닫는 더위 속에서 걷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경험했다. 강렬한 햇살은 모든 습기를 날려버리는 모양인지 땀조차 흐르지 않았다.


물이 문제였다. 크릭에서 물을 채워서 가고 있었지만 중간에 들린 시더 스프링 캠프사이트 Cedar Spring Campsite에서는 물을 찾을 수 없었다. 가이드북에는 분명 물을 구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 그곳 어디에서도 물을 찾을 수 없었다. 아침에 다른 트레커들이 한 말이 사실이었다. 건기에 샘이 말라버린 모양이었다. 솔트 크릭 캠프사이트 Salt Creek Campsite에서도 물을 구하지 못하면 큰 일이었다. '그래도 거긴 물이 있겠지'하는 희망과 걱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걸었다.


늦은 오후, 솔트 크릭 캠프사이트 Salt Creek Campsite에 도착해 보니, 그곳은 그늘 한점 없고 텐트 두서너 개 칠만한 땅에 불개미가 가득했다. 그곳에 텐트를 쳤다가는 쪄 죽거나 불개미에게 물려 죽거나 할 거 같았다. 물을 찾기 위해 아래쪽에 있는 크릭으로 내려가 보았다. 크릭은 말라서 군데군데 물웅덩이만 남아 있었고 물웅덩이에는 벌레 알들이 둥둥 떠다녔다.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흘러가는 깨끗한 물을 찾지 못했다.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과연 저 물을 마셔도 될까 싶었다. 그렇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정수기로 정수를 하면 곤충 알들이 정수기를 다 막아버릴 거 같았다.


손수건을 바치고 물을 떠서 거른 다음, 정수기로 정수를 하고 그 물에 소독약을 넣었다. 소독약을 넣고 삼십 분 정도 지나면 그 물을 마실 수가 있었다. 마실 물을 확보하는데 남은 오후 시간을 다 보내고, 수건에 물을 적셔 얼굴의 소금기만 닦아내는 고양이 세수를 했다. 저녁도 대충 간편식을 해결하고 나자 밤이 찾아왔다.


오전에 길을 알려준 트레커들을 만난 이후로 누구도 만나지 못했고, 캠프사이트에도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정해진 캠프 사이트에서 캠핑을 해야 하지만, 불개미 위에서 자고 싶지 않아서 해가 진 후에도 열기를 품고 있는 크릭 바위 위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피칭도 하지 않고 텐트만 세우고 잠을 잤다.


#그랜드 캐넌#트레킹#모뉴먼트 크릭 캠프사이트#솔트 크릭 캠프사이트#톤토 트레일#

keyword
이전 13화협곡으로 내려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