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떠나는 네팔 여행객들 때문에 밖이 소란했다. 안나푸르나의 서쪽 편에서 칼리 강을 따라 걷는 이 길은 무스탕 트레킹을 가는 사람들과 네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것 같다. 대가족인지 아니면 그룹인지 네팔 사람이 여러 명 같이 여행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여섯 시 반에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여섯 시 사십오 분이 되어서야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헤드랜턴을 베개 밑에 넣어두고 아침에 잊어버리고 챙기지 못했는데, 디와가 배낭을 가지러 방에 갔다가 챙겨다 주었다.
아침에 걸은 길은 처음에는 평탄하다가 강을 건넌 후, 강의 왼편을 따라가는 길은 오르막이다가 내리막이다 했다. 두 시간쯤 걷고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를 마셨다. 그다음 길은 내리막이 이어졌다.
Kopchepani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을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 산길을 같이 지나온 젊은 여자 둘과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곳에는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어서 같이 앉아야 했다. 캐나다 국기를 단 배낭과 아크테릭스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캐나다에서 왔겠거니 짐작만 하고 이야기를 해보지는 않았다. 같이 앉아 음식을 기다려면서 물어보니 짐작대로 토론토에서 왔다고 했다.
지루하게 기다린 끝에 마침내 차오면을 먹을 수 있었다. 칠리소스를 얹은 차오면은 아주 매콤했다.
학교. 한국과 연관이 있는 듯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점심을 먹고 또 열심히 내려갔다. 강 옆을 따라 걷는데 학교처럼 생긴 큰 건물을 지나자 콘 공터가 나오고 거기서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 킴, 애니타, 디와가 같이 공을 차며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아이들이 에밀리를 보고 초콜릿을 달라고 했다.
"이건 마치 한국의 50년대 말의 풍경 같군."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 말을 누구에게 배웠을까? 우리 중에 유일한 백인인 그녀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건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 하더니 천둥소리가 나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와서 고어텍스 쟈켓을 벗고 판초를 입었다. 걷다 보니 바지가 젖어서 게이트도 꺼내서 했다.
빗속을 걷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부지런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강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건너가 차로를 따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계속 걸었다. 비는 그칠 생각도 않고 마을도 쉬이 나타나지 않았다. 두 시간쯤 걷자 목적인 Totopani마을이 나타났다.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도착한 게스트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 마을 이름인 따또빠니는 '따또'는 '따뜻한'이고 '빠니'는 물로 '따뜻한 물', 즉 온천이라는 뜻이라고 킴이 설명해 주었다. 네팔어를 모르는 우리에게 낯설 뿐 온천동이나 아구스 깔리엔테스처럼 직관적인 이름으로 이 마을에는 진짜 온천이 있다. 온천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분쯤 거리에 있다고 했다.
에밀리는 아예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고 나는 수영복을 안 가져와서 좀 망설였지만 꼭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닌 듯해서 그냥 옷을 입고 들어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길을 모르는 나를 위해 애니타와 디와와 함께 온천에 갔다. 입장료가 비싸지도 않은데 굳이 나만 들어가라고 하고 자기들은 밖에 앉아 있었다.
야외 노천탕이었는데 미지근한 곳과 뜨거운 곳 두 개의 탕이 있었다. 네팔 여자들은 수영복을 입지 않고 옷을 입고 들어가는 걸 보고 안심하고 짧은 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탕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뭉친 다리가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샤워하고 나오려고 탕 옆에 있는 샤워기로 갔는데 꼭지 두 개에 네팔 남자 둘이서 끝도 없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기다리다 추워서 탕에 다시 들어갔다 나와도 그들의 샤워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오래 샤워를 하는지 도저히 모를 지경이었지만, 뭐라도 하기도 그래서 옆에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가 그들의 샤워가 끝나고 샤워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돌아왔다.
옷을 입고 탕에 들어가 젖은 옷을 말려야 하는데, 비가 와서 눅눅하고 잘 마를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온천을 간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고도가 많이 낮아져서 밤에 오리털 침낭에서 자려니 너무 더웠다. 모기가 많아서 침낭 밖으로 나오면 모기에 물릴 것 같았지만 도저히 침낭 안에서 잘 수가 없어서 침낭에서 나와 양말을 신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손은 후디 주머니에 넣고 잤는데도 손에 네 방이나 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