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걷다 1 17화

세도나, 세도나! 석양과 휴식

넓고 깊은 협곡을 걷다 #8 – 에필로그

by 메이플


세도나 Sedona는 애리조나 Arizona주에 있는 작은 도시다. 세도나라고 발음할 때의 어감이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세도나라는 이름은 이 도시의 최초 우체국장 시어도어 칼튼 슈네블리의 아내 세도나 아라벨라 밀러를 기리기 위해 그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붉은 사암이 아름다운 도시로 볼텍스가 강해서 수련을 하거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하이킹이나 산악자전거를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


트레킹을 끝내고 캠핑으로 얻은 꾀죄죄한 몰골과 피로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좀 쉬어야 하는데, 라스베가스로 가면 일정도 줄고 호텔 잡기도 편하겠지만, 라스베가스는 쉬기에는 너무 번잡한 곳 같았다. 번잡함도 피하고 세도나에도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세도나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골프장이 딸린 리조트 스위트룸을 할인가로 예약할 수 있었다.


그랜드 캐넌 빌리지를 떠나 세도나까지는 두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골프장 그린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했다. 우리 몰골이 골프 같은 건 치지 않을 걸로 보였는지 배당해 준 방은 골프장에서 멀리 떨어진 건물 모퉁이에 있어서 조용하고 한적했다. 스위트룸은 내실이 두 개나 있어서 일행 여섯 명이 다 묵을 있을 정도로 크고 부엌 시설도 있어서 밥을 해먹을 수도 있었다. 샤워로 묵은 먼지를 털고 저녁을 먹은 후 석양을 볼 수 있다는 곳으로 가서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해는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며 붉은 사암의 도시 위로 내려앉았다.


다음날은 느지막이 일어나 악마의 다리 Devil’s Bridge와 벨락 Bell Rock을 보러 갔다. 데블스 브릿지는 차를 세우고 반시간 넘게 걸어가야 했다. "더운데 또 걸어야 돼?!" 하는 마음이긴 했지만 미리 본 사진이 너무 멋있어서 걸어갔다. 가서 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좀 실망스러웠다.


벨락은 올라갈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 멋있는 곳이었다. 그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걸 보고 올라가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하이커들의 성격이 발동을 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거의 꼭대기까지 갔는데 마지막은 좀 위험해 보여서 몇 사람만 올라가고 그냥 내려왔다.

Bell Rock, Sedona

점심은 다운타운의 멕시코 식당에서 타코를 먹고 스타벅스에서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 캐나다에서는 여름에도 찬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데, 애리조나의 뜨거움은 찬 커피를 불렀다. 호텔로 돌아와 핫텁에서 노닥거리다가 저녁에는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고기는 꿀맛이었고 한가로운 저녁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 라스베가스로 돌아오는 길에, 첫날 저녁 캠핑장에서 차를 긁은 것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보험약관을 꺼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일이 터져야 읽어보게 되는 이 놈의 fine print. 그 자잘한 글자들을 읽고 있자니 짜증이 나서 대충 읽어보니 보험으로 해결이 될 것 같긴 한데 확실치 않았다. 그새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서 바로 차를 반환하러 가서 긁었다고 하니까 쿨하게 "보험 되니까 괜찮아"했다. 괜한 걱정이었네. 휴.


떠날 때의 설렘도 없고 마치 클로즈 슬레이트를 치고 나서 정리하는 것처럼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먹고, 비행기를 타고 밸링햄에 내려 짐을 찾아 세워놓은 밴의 주차비를 결제하고, 캐나다의 국경을 넘어 돌아왔다.


#그랜드 캐넌#트레킹#세도나#데블스 브릿지#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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