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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Ellie Apr 07. 2021

최고의 자아는 어떤 모습일까?

감정의 발견

얼마 전 나의 영어 튜터와 '감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구글링 한 사람들의 얼굴 샘플을 가지고 감정에 이름 붙이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물론 내 영단어 어휘력이 갖는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어로도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우려하는 apprehensive과 근심하는 worried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가?
안락한 cozy과 안온한 serene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가?


마크 브래킷의 <감정의 발견>은 감정을 다루기 위한 기술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입자도(granularity)는 감정에 이름 붙이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단어이다. 주로 사용하는 일반화된 용어에 안주하지 않고 단어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알갱이가 될 때까지 의미 범위를 좁혀 우리 느낌을 협소하고 정확하게 정의한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감정 입자도(emotional granularity)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복잡성이 높은 단어에 느낌을 대입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복잡성이 우리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베럿이 실시한 실험에서 입자도가 높은 참가자들은 감정 경험을 훨씬 잘 구별해 낼 수 있었으며 스트레스를 받아도 당황해서 무너지거나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가능성이 낮고 부정적인 경험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앞에서 언급했던 우려하는 apprehensive과 근심하는 worried, 안락한 cozy과 안온한 serene는 의미의 큰 차이가 없는 유의어이지만 좌에서 우로 갈수록 더 쾌적함의 정도가 커진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갖는 미묘한 차이를 이해해낼 수 있다면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더 풍부하게 표현해 낼 수 있고 나를 비롯한 타인과의 더 깊은 공감과 소통이 가능하다.


감정을 인식하고 측정하는 도구, 무드 미터


책 속에는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무드 미터가 삽입되어 있다. 오늘 나는 이 무드 미터 속 어떤 사분면 안에서 주된 감정을 느끼며 생활했던가 돌아보게 된다. 쾌적성이 높은 노랑과 초록의 영역에서만 항상 사는 사람은 발전이 없을 것이다. 쾌적성이 낮은 빨강과 파랑의 영역도 삶을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감정이다. 즉, 필요 없는 감정은 없다. 이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다.


살면서 마주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어떤 색깔일런지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기질, 성향, 유전자, 살아온 인생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중 주된 시간을 보내는 감정의 영역 대가 빨강, 파랑이라면 그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더라 할지라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한편으로는 감정 조절을 위해 너무 애쓰기보다는 주된 시간을 보내는 감정의 영역 대를 바꾸는 환경의 변화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감성 능력이 필요한 시대


감성능력이란 무엇일까? 공감과는 어떻게 구분되는 걸까?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감정 경험을 공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공감 능력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도움은 될 수 있으나 힘든 감정을 처리하려는 상대를 돕는 데는 썩 유용하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감성 능력이다.


책을 읽으면서 동의하게 되는 지점이 감정을 현명하게 다루는 사람이 대체로 평온하고 차분하게 행동한다고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때론 굉장히 신경질적인 사람도 필요에 따라 감성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격동하는 내면을 조절하려면 그런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성능력은 자신감이나 카리스마, 인기 같은 성격적 특성의 집합체가 아니다. '좋은'성격을 뜻하지도 않는다. 친절함도, 따뜻함도, 높은 자존감도, 낙관주의도 아니다.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바람직한 자질이다. 그러니 저 자질 전부를, 적어도 일부라도 갖기를 바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자질도 감성 능력은 아니다.

P.82, 우리에게는 감정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감정의 발견

책을 읽으면서 감성능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감성능력은 타고나서 자유자재로 발휘되는 능력이 아니라 습득되는 것이다. 감성능력은 장점을 증폭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당신이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분위기를 파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을 언제 압도해야 할지, 언제 자신을 낮춰야 할지 말이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조용하고 차분한 성향 때문에 가정, 학교, 직장에서 별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자신을 드러내면서 내면의 열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마크 브래킷은 이러한 감성 능력의 구성 요소를 RULER로 정의하고 있다.

감정 인식하기(Recognizing): 생각, 에너지, 신체의 변화나 타인의 표정, 몸짓, 목소리의 변화를 알아차려 어떤 감정이 생겨났음을 아는 것

감정 이해하기(Understanding):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생각과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 것. 자신과 다른 이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감정 이름 붙이기(Labeling): 감정적 경험을 잘 설명하는 정확한 용어를 찾는 것.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면 자아 인식 능력이 높아지고 사회적 의사소통을 할 때 오해를 줄일 수 있으며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감정 표현하기(Expressing): 현재 상황, 함께 있는 사람들, 전체적인 맥락에 맞춰 감정을 표현해야 할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아는 것. 이 방면에 뛰어난 사람들은 감정 표현의 불문율, 일명 '표현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행동을 고칠 수 있다.

감정 조절하기(Regulating): 개인적, 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정 반응을 관찰하고 통제하여 바람직한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법.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며 타인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P.85, 감정 능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감정의 발견


감정에 이름을 붙여야 하는 이유


습관과 가치관과 취향을 공유하지 않은 직장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늘 노랑과 초록의 사분면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불쑥불쑥 마주하는 빨강과 파랑 감정의 실체를 잘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한 곳이 직장이다.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감정 노동에 시달리며 감정을 조절만 하다 보니 마음의 병이 나기 시작했다.


감정을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괜찮다'라는 말로 외면하기 급급했고 첫아이를 임신하면서 묵은 감정들은 내게 우울함으로 돌아왔다. 감정 조절이 잘 되다가도 툭 건드리면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는 정서 상태였는데 첫째가 태어나고 난 뒤 자연스레 좋아지긴 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절대 '괜찮다'라는 말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감정이 우리를 두렵게 해서는 안 된다.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심지어는 스스로에게 물을 때도 '괜찮아'라는 말로 외면하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기 불편하고 두렵다는 뜻이다. 정확한 단어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험을 정당화하고 조직화한다. 감정에 단어를 붙이면 감정에 실체가 주어지고 그 단어의 정신적 모델이 만들어진다. 이름 붙인 감정과 다른 감정을 비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요구를 충족하도록 돕는다. 일단 감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행동 이면을 탐색할 것이다. 그 결과 공감하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감정을 알면 도움을 주기가 훨씬 쉬워진다.

다른 세상과 연결된다. 우리 감정이 일종의 의사소통 방법, 즉,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연결이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에 따르면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작점이 된다. 감정 용어는 소설을 읽을 때처럼 서로의 삶을 읽을 수 있게 돕는다. 감정의 이름이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다.

P.156~157, 감정을 다루는 다섯 가지 기술, 감정의 발견


감정 조절을 위한 테크닉, 최고의 자아 찾기


오늘 아침에 마주한 분노의 현장을 돌아보며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메타 모멘트를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자.


입이 짧고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둘째 녀석이 30분째 아침 밥상에 앉아 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가 치밀기 시작한다. 빨리 먹지 못해. 밥 다 먹을 때까지 학교 못 가!라고 밥상머리에 앉은 아들 녀석을 위협하는 말을 쏟아냈다. 두 손 꼭 잡고 걸어가던 등굣길을 냉랭하게 배웅하며 돌아서고 나니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종일 마음이 불편해서 귀가 후 아들을 꼭 안아주며 아침에 많이 속상했지? 하고 물으니 조금.. 속상했어!라고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아들을 보니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뱉어낸 말들에 한없이 나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화가 나는 순간.. 나는 어찌해야 했을까? 내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며 나의 최고의 자아를 떠올려야 했다. 분별 있고 관대하고 사려 깊은 엄마, 나는 우리 아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엄마야. 00야, 엄마는 식사를 거르고 등교를 하면 배가 고플까 봐 걱정이 되네. 키도 쑥쑥 크고 건강해졌으면 좋겠어. 8시 20분까지 식사를 끝내자.라고 말했어야 함이 맞다.


자제력을 잃고 아이에게 화를 냈을 때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가 받게 될 마음의 상처를 떠올릴 수 있어야 했다.


연결된 몸과 마음


나는 몸과 마음의 연결,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강사이다. 몸을 조절하는 테크닉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몸과 마음을 연결한다'라는 의미의 실체를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하고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늘 고민을 하고 있다. 움직임을 통해 고객의 정서 상태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활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 않다.


감정 조절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의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식습관, 운동, 수면 또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스스로 중독임을 인정하는 카페인 중독의 나는 저혈압 상태의 떨어지는 아침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라테 한 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체하는 나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과다한 카페인 섭취는 일시적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면의 질과도 연관되어 있기에 개선이 필요하다. 달달하고 정제된 곡물, 밀가루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급하게 끌어올린 혈당이 곤두박질 칠 때면 이내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초콜릿 한 조각을 어느덧 베어 문다.


직장 생활 중 취미 활동인 필라테스 수련이 제2의 직업으로 이어질 만큼 삶의 변화를 가져왔기에 운동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몸소 내가 입증했다. 이 외에도 수면의 질은 불안, 우울, 피로감, 적대감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에 효과적인 감정 조절을 위한 충분한 수면은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의 안녕을 지속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감정의 사사분 면 중 어디에 속해있는지 확인해 보자. 만약 주된 감정이 빨강, 파랑과 같은 정서라면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노력해도 개선이 되지 않거나 다른 돌파구가 없다면 환경을 바꾸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챙김 호흡과 책에서 소개된 RULER의 도움을 받아 감정 건강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자. 내겐 아침 명상도 전 날의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고 하루를 새롭게 리셋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론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듯 감정 조절에 실패한 나 자신을 용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감정 조절을 잘하게 된다면 건강, 의사결정 능력, 인간관계 모든 것이 좋아지고 나아지기 않은가? 감정 조절에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면서 나의 최고의 자아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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