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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moon Sep 06. 2022

첫번째 도망 prologue

조각 모음집 02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는 2018년 12월 26일. 짝꿍의 손을 꼭 잡고 동네 상담센터로 향했다. 간단한 질문지를 작성하고 담당 선생님이 그 질문지를 한참 읽더니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그렇게 담당 선생님이 한 번 바뀌었던 것을 기억한다. 똑똑- 문을 두드리며 들어온 선생님은 자신을 자살 예방 전담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나는 겁이 많아서 자살과 자해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도 그걸 직접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땐 정말 힘들었나보다. 그만큼 자살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왜 힘든지, 어떤 부분이 답답한지 한참을 이야기하며 펑펑 울었다. 눈물을 쏟아낸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면 정말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타인에게 솔직한 내면을 꺼내 놓았다는 사실이 난 뿌듯했다.


그 이후로 비정기적으로 상담 선생님과 통화를 나누며 근황을 이야기하고 조금 괜찮아지는 듯 하더니, 마음 속 화산이 다시 펑-하고 터져버림을 느꼈다. 이대로 감정을 묵혀두면 더 이상의 나는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향했다, 정신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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