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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moon Sep 06. 2022

난 내가 불쌍하다


지난 달에는 기록을 비교적 많이 하지 못했다. 갑자기 불어난 업무량으로 야근이 잦아져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사실은 그냥 화가 치밀어 올라서) 퇴사를 할까 여러 번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냥 저냥 버티고 있다. 사실 회사를 그만 두면 내 손해고 이것 저것 끼적인 내 경력(1년 6개월도 경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연봉은 거기서 거기일 것 같다. 이 지역이 아니라면 교통비까지 따져봤을 때 오히려 손해 같기도 하고. 몇 번을 울고 또 분노하다 보니 때려 치우고 싶은 욕구가 다시 조용히 사라졌다. 물론 매일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업무 분장과 나를 빡치게 만드는 사건들은 존재하지만, 속으로 '너 같은 놈은 이제 상종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며 때때로 심기 불편한 걸 드러내며 씩씩거리고 말아버린다.


사람은 노동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삶에 있어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치만 내 젊음을 바쳐가며 내 시간 팔아 돈을 번다는 건 슬프기도 하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물질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시간이 부족하다. 어느 쪽이 나을까?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내겐 돈이 있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잠깐의 그 짧은 백수 기간을 견디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며 부랴부랴 알바 자리를 찾고 회사를 구했으니 말이다. 사실 그렇게 조급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 때의 난 참 불쌍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대체로 나를 불쌍히 여겼다. 안쓰러워 눈물을 흘렸고 어떻게든 위로를 해주려 정신과에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동정은 사랑일까? 연민은 애정일까? 난 내가 나를 무지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는 날 많이 아끼나보다. 많이도 생각하나보다. 여전히 나는 내가 안쓰럽고 그럼에도 하나씩 퀘스트를 깨는 사람처럼 견디고 이겨내는 내 자신이 대견하고. 나만의 속도로 나를 알아가는 내가 참 좋다.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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