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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숙 Aug 07. 2021

벼꽃(나락꽃)을 아시나요?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

계절은 어김없이 가고 온다.

무논에 비친 달을 보며 왁자한 개구리소리를 듣던 봄밤이 엊그제 같은데  나락(벼)이 무성히 자라 끝없는 녹색 들판을 펼쳐놓았다. 

그뿐인가? 드문드문 나락꽃이 피기 시작한다. 

나락꽃이 핀 논은 연두색 말차 티라미슈처럼 부드럽고 폭신해보인다.  

 

봄에 씨나락을 골라 모판을 만들고, 한뼘쯤 자라면 미리 물을 채워둔 논에 모를 심는다. 

5월에 모내기를 하고 석달쯤 지나면 벼의 줄기가 통통해지면서 벼껍질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듯한 줄기가 드러난다. 

이것을 벼가 팬다고 한다.  다른 꽃으로 비유하면 꽃봉오리라고나 할까? 


나락은 비가 많고 기온이 높은 7,8월에 잘 자란다.  

자글자글한 땡볕에 알이 배고 꽃이 핀다. 

벼가 패면 곧 바로 하루나 이틀 사이에 벼꽃이 핀다. 

벼껍질 사이로 하얀 실낱같은 꽃이 삐어져나오면 본격적인 나락냄새가 난다. 

나락꽃의 향기인지 모른다.  

하얀 가루같기도 작은 벌레같기도 한 삐죽한 꽃은 나락꽃의 수술이다. 

나락꽃은 아침나절에 피어 두어시간만에 수분이 된다.

바람에 떨어진 수술가루가 암술에 수분되어 껍질을 닫고 씨앗을 키운다. 

벌이나 나비의 도움없이 바람에 자가수분이 되는 식물이다


 누구나 매일 밥을 먹지만 쌀이 특정 식물의 열매란 생각을 못하거나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쌀은 벼의 껍질을 벗겨 얻어낸 낱알이다. 

아마도 너무나 친숙한 탓으로 쌀은 식량일뿐 더 이상의 의미가 아닐지 모른다.

비약하자면 엄마도 여자란 생각을 못하는 가족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벼도 다른 식물과 같이 꽃이 피고 암술과 수술이 수분된 결과로 열매를 맺는 완전체이다.

화려한 색도 매혹적인 향기도 없이 하얀 무채색의 꽃과 구수하나 약간 비린 체취로 여름을 자족하고 있다.


달빛 가득한 여름밤, 너른 들판을 끼고 돌아가는 긴 강둑은 고장 사람들의 젖줄이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일렁대는 녹색 향기가 어느 꽂보다 향그럽고 깊다.  

벼꽃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라서 진정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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