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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기 전 연의 세상은 사방이 트여 있었다. 그러다 점점 더 작은 곳으로, 더 좁은 곳으로 숨어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연의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그 이유를 꼬집어 낼 수 없었다. 연조차도 명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되풀이해서 말한 건 무섭다는 것 하나였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지 이유나 들어보자. 무슨 말이라도 해봐, 어?”
명령조의 물음은 상대방이 진정 궁금해서 그런 건지, 문장 속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점점 더 일그러지는 미간과 비죽 내려가는 입매를 순순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네모 집 속의 네모 방 속의 네모 이불 아래 꽁꽁 숨어 머리카락 한 올도 남기지 않고 온 몸을 숨겨야만 살 것 같았다. 보이는 대로 네모난 겹을 한 겹씩 더 걸쳐야만 안심이었다. 사실 그렇게 둘러 싸매도 안심했다고 할 수 없었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