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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도대체 뭐니.”
정체 모를 것들이 창문의 나무 틀 사이에 비집고 앉았다. 그들의 기다란 다리 사이에는 흰 솜 뭉치가 끼워져 있었다. 하나, 둘, 석삼, 넉사. 수가 하나씩 늘었다. 하도 빙글대며 오가는 통에 같은 녀석을 몇 번씩 보는 건지, 아니면 제각기 다른 녀석들인 건지 확실치는 않았다. 연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움직임이 재잘거리며 빠른 이유로 삼십 분 동안 창문 밖을 빤히 내다보다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몇 장을 내리 찍었다. 여전히 그들의 다리 사이에는 하얀 솜털 내지는 옷에서 떨어져 나온 실 뭉치도 같기도 한 게 끼워져 있었다.
연이 올린 사진을 전해 받은 핸드폰의 화면은 하얗게 번쩍거렸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다. 수사가 길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들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 낼 모양이었다.
“종이 말벌?”
종이 말벌은 또 처음 들어본다. 퍼덕이는 날갯짓이 종이처럼 힘 없지는 않던데, 연은 의아했다. 종이 말벌을 검색하니 사진과 몇 줄 채워진 단출한 정보란이 나온다. 가늘고 길쭉한 몸에 성의 없게 그어진 검고 노란 줄무늬가 딱 그 녀석들의 인상 착의다.
“아, 그래서 종이 말벌.”
나무 조각이나 섬유를 씹어서 만든 종이 같은 물질로 둥지를 짓는다고 종이 말벌이라고 한단다. 창문 바로 바깥에서 서성이길래 안으로 들어오고 싶나 했더니 둥지가 있는 한 딱히 사람을 공격하려 들지는 않는다는데 대신 둥지를 건드리면 공격한다고 한다. 사이에 창을 두고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지, 연은 죽죽 스크롤을 내린다. 어쩐지 꿀벌이라고 하기에는 몸통 모양새가 달라 보이기는 했는데 말벌이었다니, 새삼 녀석들의 날갯짓과 길쭉한 다리가 위협적으로 떠올랐다.
“영 쓸모 없는 애들은 아니네.”
어차피 창 바깥에 있는 건 신경 쓸 필요가 없긴 했지만 말벌집을 열심히 짓고 있는 걸 보고 그대로 두어야 하나 싶었던 연이었다. 그렇지만 종이 말벌은 나름대로 꽃가루 받이의 역할도 하고, 해충을 잡아먹어 생태계 먹이사슬에 도움을 준다고도 한다. 무엇보다도 꿀벌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종은 아니라고. 조용조용히, 가만가만히 사는 녀석들인데 굳이 나설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을 정리한 연은 다시 한번 창 밖을 내다보았다. 세 마리가 길 잃은 아이처럼 방향도 목적도 없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서로의 꼬리를 무는 시늉이라도 하는 건지, 대체 어디로 가려는 생각인 건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지금은 꽤나 명랑해 보여도 11월이 되면 모조리 다 죽음을 당할 녀석들이었다. 아까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겨울이 되면 여왕벌과 몇 마리의 일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죄다 죽는다고 한다. 결국 남는 것은 녀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바쁘게 움직여 지은 집의 빈 터일 뿐이다. 연은 혀를 쯧 차고선 창으로부터 등을 돌려 멀어졌다. 창 밖의 종이 말벌은 여전히 마구잡이로 곡선을 그리며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