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카페를 가는 이유
커피의 쓴 맛을 알게 되면, 어른이 된다 했던가.
다른 이들에 비하면 커피맛을 제대로 모르는 나조차도 커피의 쓴 맛을 즐기게 되면서부터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다. 늘 아메리카노, 조금 부드러운 맛이 필요할 땐 라떼. 커피의 풍미를 느끼고 싶을 땐 드립커피 정도를 마시곤 했다.
누군가가 믹스커피나 달달한 바닐라 커피, 캐러멜 마키아또 같은 걸 먹으면 ‘흠 달달한 게 어디 커피인가. 쌉쌀한 맛, 요런걸 즐기는게 커피의 맛 아니겠어.’ 하며 달달한 커피를 무시하기도 했고, ‘그런건 커피 못 먹는 애들이나 먹는거지’ 라며 은근슬쩍 커피 애호가처럼 굴기도 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단 걸 많이 먹다가 한동안 충치치료로 꽤 고생했던 적이 있어서 달달한 커피는 내게 기피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요즘 달달한 커피에 푸욱 빠졌다.
아침잠이 유독 많았던 내가.
요즘엔 아침 6시 반만 되면 번쩍 눈을 뜨는 아기 때문에 계획에 없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 미라클이 아니라 헬모닝인가, 비몽사몽 하면서 밤새 싼 아기 기저귀를 갈고 아기는 관심 없는 그림책도 좀 읽어주다가 이유식을 데운다. 사실 이때까지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감이 안 오는 상태다.
그 다음엔 이유식 전쟁.
“안돼 안돼 만지면 안 돼, 안돼 안돼 던지지 마, 아~~아유 잘 먹네, 아~~~한입만 더 먹자, 아~~~마지막 마지막이야~~와~~다 먹었다~잘했습니다 짝짝짝!!”
잠결에도 리액션을 짜내면서 아기 밥을 먹이고 나면
남편이 출근하고, 다시 아기와 놀아야 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그럴 때쯤 슬슬 눌러두었던 피곤이 몰려오고… 이제 더 이상 아기한테 해 줄 리액션도 줄어들고… 뭐하고 놀지 하는 아이디어조차 나지 않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리려면 먹어야 한다! 카페인!!!
중독된 사람처럼 몸이 막 커피를 찾고 그때부턴 밥을 먹어 기운이 난 아기를 간신히 유모차에 태워 근처 카페로 간다. 더 이상 버틸 정신이 없다. 이게 아침마다 엄마들이 카페 앞에 모여있는 이유다.
카페에 도착하자 코를 찌르는 고소한 커피 냄새~
보통 때 같으면 이 커피맛을 가득 담고 있는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시키겠지만
오늘따라 육아로 아침부터 너무 고생했다 싶으면.
“아인슈페너요”
“달고나라떼요”
“흑임자라떼요”
“연유라떼요”
등등 달다구리 커피를 시킨다.(요즘은 종류도 많아서 너무 행복!!)
커피를 받아들고 한모금 쭉 빨아들이면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커피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데.
정말 너무 맛있다!!
아침부터 아기 치다꺼리를 하느라 쌓아두었던 짜증과 스트레스가 달달한 맛에 화악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카페인도 있으니 정신도 좀 차려지고 힘이 좀 나는 것 같아서 아까까지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잠시 잊는다.
쓴 커피가 무슨 일이든 집중할 수 있는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무기라면 달달한 커피는 전투 중 모든 게 꼬여버렸을 때 잠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비기 같은 느낌이랄까.
뭐래니.
암튼….
그렇게 나는 다시 달콤한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내 치아야 미안하다. + 몸무게도…
구강관리는 꼼꼼히. 운동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