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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Jul 14. 2022

그대의 자랑

엄마의 자랑

 아무래도 우리 엄마는 아들바보인  틀림없다. 28년째 살아오며 내린 결론이다.  나이 먹도록 밥이며 빨래며 조금이라도 거들거든 "내가 할게. 저리 ~"라며 잠시도 내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 어버이날엔 갈비찜을 해드리려는데 "지금은 이걸 넣어야지."라며 옆에서 거들다 결국 스스로 완성까지 시켜버린 우리 엄마. 특히 엄마가 아들바보라고 생각되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누구와 이야기하든 "우리 아들은~."하며 아들자랑를 하는 것이었다.


 여태껏 엄마가 나를 자랑하는 말들이 멋쩍거나 쑥스러웠던 적은 없었지만 결혼을 하고부터는 달랐다. 가령,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참 부지런한 남편이라고 칭찬했다. 삐삐. '이건 엄마가 아니라 아내의 입에서 나와야하는 말 같은데!' 그래도 여기까진 무심코 넘어갈 수 있다.


 엄마의 칭찬이 도저히 낯간지러워 견딜 수 없을 땐, 아들 태평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무언가 좋은 점이 보이거나 생김새를 이야기할 때면 "광식이를 닮아서 그런가?"라며 나와 연관 지었다. 아내를 닮았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그럴 때면 배아프며 태평이를 낳은 아내가 기분이 나쁘진 않을까 슬쩍 눈치를 살피게 된다.


 엄마의 자랑이 불편하다고 느껴지고부터는 단 둘이 있을 때 꼭 신신당부를 했다.


"엄마, 누구한테든 자기 자식 자랑만 하면 못나보여. 다른 사람들한테는 자기 자식이 다 잘한다고 하면 재수 없어 보인다니까?"

"엄마가 언제 자랑했냐? 그냥 그렇다는 거지."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종종 엄마와 모임을 함께 하시는 분께서 "어머, 어머니는 정말 아빠밖에 모르시던데요."라고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엄마는 아빠가 정말 좋은 남편이라고, 이만큼 지혜로운 사람이 또 없다며 입이 닳도록 말하곤 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집을 오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엄마는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의 사업이 불안할 땐 "아빠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데~"라는 한마디가 나를 안심시켰다. 별안간 새로운 가족이 된 아내를 보고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본인도 배워야겠다며 좋아했다.


 엄마의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았던 건 아들바보여서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바라보는 마음 덕분이지 않았을까.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에게 "왜 이것밖에 못하냐."는 말을 듣거나,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때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한결같이 최고라고 말해주는 엄마덕분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는 내가 입이 닳도록 자랑하고 싶다. 나는 꽤 많이 내편인 엄마가 있고.


바로, 그대의 자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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