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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Oct 06. 2022

좋을 때는 아주 좋다

결혼, 결혼, 결혼!

 어느덧 결혼을 한 지 10개월, 또래보다 일찍 결혼한 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결혼생활은 어떻냐는 질문을 받는다. 걔 중에는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녀석도 있다. 결혼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길 때도 있지만 결국은 '좋다.'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가오리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중에서>

 

 하루키가 결혼은 "좋을 땐 정말 좋다."라고 말한 이면에는 '안 좋을 땐 정말 좋지 않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결혼을 하고 나서 가장 좋을 때는 아내가 웃고 있는 순간 자체다. 집안에 태양 같은 아내의 미소만 있다면 더없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반면, 정말 괴로울 때는 아내와 다투었을 때다. 감정이 상해 서로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는 상황은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내는 종종 나와 신혼을 즐기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들 태평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결혼과 육아라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지친 어느 날, 아내는 결혼하고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며칠간 그 말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던지 답답한 마음에 잠 못 이루던 날들이 있었다.


 그 이후로 매일 두 가지 다짐을 한다. 하나는 아내를 절대 원망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하나는 그녀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다짐이다. 아직은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많아 아내가 본다면 "웃기시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애 걸쳐 반복해볼 생각이다.


 그럼 우리도 이렇게 말하는 날이 늘어가겠지.


결혼, 좋을 때는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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