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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Aug 19. 2022

살기 위해 요리하는 남편

 결혼을 한 뒤 시작하게 된 것 중 하나는 요리다. 그동안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앉으며 설거지까지 하지 않는 만행을 저질러 왔던 나였지만 결혼을 한 이상 엄마만 바라보고 살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유튜브를 찾아보며 진입장벽이 낮은 파스타부터 시작해봤다. 처음엔 밋밋했던 맛이었지만 몇 번 만들다 보니 아내도 좋아하고 맛에 엄격한 엄마도 맛있다고 칭찬했다. 너무 파스타에만 열중했던 탓일까? 주야장천 면만 삶던 나의 요리인생은 잠시 슬럼프를 맞이한다.


 다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아이가 태어나고부터였다. 정신없이 육아에 몰두하는 요즘 끼니를 대충 때우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점점 커갈 아이와 우리 가정의 미래를 생각하니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유튜버가 있었는데 바로 취요남(취미로 요리하는 남자)이었다. 처음엔 줄줄 흐르는 육즙에 관심이 갔지만 볼수록 요리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내와  모습에 반응하는 남편의 흐뭇한 웃음에 빠져들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라는 아내에게 취요남을 보여주며 나도 하나씩 요리를 시작해봐야겠다고 훗날 유튜브 방송을 한다면 이름은 '(먹고) 살기 위해 요리하는 남편'이라고 했더니 명치를 세게 맞았다.


 처음부터 대단한 결과물을 기대할 순 없겠지! 소박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요리를 늘려가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새로운 글을 쓰듯 하나씩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래, 내 진짜 속마음은 '먹고살기 위해'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해 요리하는 남편'인 거다.


야심 찬 표정으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일단 저 도마부터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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