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안에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썸네일에 혹해 김경일 교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작은 행복감과 즐거움이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게 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끝내게 한다는 것이었다. 맥주 한 캔이거나 초콜릿을 먹는 등의 하루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의 목록들이 집중을 할 수 있게 하는 자원, 배터리라는 것이었다. 행복을 삶의 자원으로서 재정의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헛헛하고 불안한 마음을 벗어나기 위해 나의 작은 기쁨들의 리스트를 작성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친구가 알려준 des gâteaux et du pain에서 케이크를 사 먹는 것이 위시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당장 먹고 싶지는 않았다. 외출해서 파리의 공원에서 휴식하는 것도 작은 행복이었는데 그것도 내키지 않았다. 당장 행복을 찾을 수도 일에 몰입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10분 안에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일단 기본 재료도 없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 김경일 교수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겨보니 일이나 과제 자체에서 내재적 즐거움을 찾으려 애썼던 세간의, 그리고 나의 방법이 잘못됐던 듯하다. 심지어 내 마음의 욕망조차도 뒤로 미루고, 아직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아예 공허해졌다. 행복감이 없는 3%의 배터리를 가진 마음과 몸에 자꾸 일하라고 소리만 쳐댔으니 너무 바보 같은 일을 했었다.
냉동 고등어를 오븐에 구워서 쌀밥과 조미김을 먹었다. 식욕이 있지도 않았지만 먹지도 않으면서 우울감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다. 오후에는 집에 있는 버터의 절반과 평소보다 너무 많이 부은 밀가루로 퍼석한 스콘을 만들었다. 원래 만들고 싶은 것은 르뱅 쿠키였다. 이번에는 전보다 맛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불만 많은 나의 머릿속 생각과는 다르게 우유와 함께 4개씩이나 먹었다. 그제야 내가 쿠키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석한 스콘도 기분을 좋게해주는 마음의 배터리이다
오늘 하루는 스스로에게 삶을 이끌기 위해 필수적인 즐거움을 느낄 기초 에너지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는 나의 악독함을 깨달은 게 제일 큰 수확인 것 같다. 감정을 느끼는 기초 식량, 행복감으로 한동안 마음과 몸을 충전하는 데 애써야겠다. 그리고 브런치에 이틀 연속 글을 올리니 꾸준해지려는 노력에도 스스로 칭찬하고 있다. 친구를 직접 만나서 내 과제를 교정하는 괴로움을 주기 위해 글을 많이 써야겠다는 장난스러운 마음도 생기고 있다. 스스로를 먹이는 것은 자신을 잘 대해주는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마음의 충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