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진 날들
우울증이 다시 돌아와서 너무 깊게 오랫동안 힘들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계획한 루틴을 달성해도,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도, 날 늘 걱정해주는 친구의 선물에도 우울증을 홀가분하게 털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실제로 마음도 너무 무거워져서 출사와 강의를 빠졌더니 선생님이 잘 지내는지 연락을 주었다. 이번 주 일요일 라데팡스에도 가려고 했지만 너무나 무거우진 마음을 스스로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나갈 수 있는 걸 알지만 반나절 동안 침대 밖을 나설 수가 없었다.
친구와 자주 만나는 콜롬비아 카페에서 친구가 골라서 선물해준 다크 초콜릿을 먹었다.
우울증 증세가 있는 걸 알아차린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준 정우열 의사의 유튜브 중에서 박종석 의사가 출연한 영상들을 보고 나도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쓴다.
취향도 사라지고 내 몸을 지탱한 마음도 사라지는 기분에 어찌할 줄 몰랐다가 우울한 나도 나라는 말에, 우울증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한꺼번에 따라잡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5분이라도 괜찮다는 말에 힘을 내본다.
힘들었던 무기력보다는 지금이 덜 힘든 건 확실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 7 봉지밖에 안 남았지만 26일에는 한국에 도착할 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10분의 운동과 하루에 하나씩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일도 살아봐야겠다. 생각해보니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써본 적이 오래된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재미와 설렘을 다시 되찾아보고 싶다. 가라앉은 마음을 추스르고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이번 주는 괜찮아졌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