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부정성을 받아들이기
아프거나 고통스러워도 회피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자
한 해의 다짐이 작심삼일이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습관이 되지 않은 목표는 내 곁을 떠나 흘러가기에 자꾸 되잡아서 붙들어 놓아야 한다. 프랑스에서 만난 유일한 내 일본인 친구와의 신년 만남에서도 밝혔듯이(거창하게 썼지만 우리 둘만 만났다), 내 올해 진짜 목표는 삶에 고통과 부정적인 것이 수반되는 것을 직시하고 작은 위험에도 자꾸 달아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고통이 머무는 순간은 하루 종일이 될 수도 있고 일 년 내내 일수도 있지만 더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정성(negativity)에 직면해야 한다.
이러한 부정성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내가 유지하는 삶의 모습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단순히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인간의 뇌는 지독하게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고 현재의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목표는 작은 고통들을 견디지 않고서는 얻어낼 수가 없다. 누구든지 요새는 시작하는 것을 어렵지 않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지만, 이 과정은 사실 극도의 어려움과 불안을 수반하는 과정이다. 매끄러운 영상과 텍스트에서는 마치 단계별 학습과정만 밟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면의 부정적인 것들, 시간의 부족, 체력의 부적, 불안 등이 어쩌면 거의 필연적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이러한 사소하거나 어쩌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부정성들을 미리 말한다면 아무도 즐겁게 일을 시작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시작을 못하는 부류 중에서도 엄살이 꽤 심한 편인 것 같다. 이전 글들에서 내 삶의 호사스러움을 깨달았으므로 올해는 괴롭고 불안하더라도 삶의 부정성을 감내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도서관에 일찍 도착해서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미루기만 했던 나의 과제들을 다시 돌아보고 너무 많은 고통은 싫으니까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시작은 하고, 중간에 쉬기도 하지만 하루 전체를 포기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