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연애 에세이
20대 때 저는 학과에서 CC 많이 하기로 유명했습니다. CC 뭔지 아시죠? Campus Couple 이요. 아마 저와 친하지 않았던 여자 선후배나 동기들이 뒤에서 제욕을 꾀나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늘 당당했어요. CC 많이 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인기가 많다는 걸 반증할 뿐이죠.
제가 공대 출신이라 아무래도 남자 만나는 여건이 괜찮았어요. 전원이 100명 정도였는데 남녀 비율이 8:2였습니다. 선배와 후배를 다 합치면 남자들이 정말 많았어요. 이해되시죠? 제가 아마 상경계열이나 예술계열로 갔으면 이렇게 CC를 못했을 거예요. 저는 우리 과에서 세 번, 다른 과에서 한 번, 총 네 번의 CC를 경험했습니다. 4년제를 다녔으니 1년에 꼭 한 번씩은 했네요. 한 번도 CC를 안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네 번 정도는 좀 과하긴 한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저를 좋다고 하거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런데 저희 학과가 유달리 CC를 여러 번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부단히 저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ㅎㅎ 공대 만세~!)
단, 절대 친구의 친구, 선배의 선배 등 만나봤던 학번과 노는 무리가 겹치지 않았어요. 나름 저만의 철칙이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저는 CC 하면서 학교생활이 행복했을까요? 다른 사람들보다는 데이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즐겁기는 했지만 꼭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랑의 아픔을 굉장히 많이 경험한 케이스였어요. 좋아할 때는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사랑이 식으면 이별도 서슴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많은 연애를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CC를 많이 하면서 제 귀에 이런 말도 들리더라고요.
“쟤는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애 같아”
처음에는 이 말이 저에게 상처였습니다. 남자 없어도 잘만 살고 있는데 그게 말이냐, 방귀냐 싶더라고요. 1년 365일 매일 남자와 함께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그냥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애로 그냥 살자고요. 남들이 하는 이야기는 한 귀로 흘러들었어요. 어차피 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사그라들더라고요.
수군대는 것은 잠시지만
내 연애는 잠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인생에서 나만의 좋은 내 남자를 반드시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을 토대로 스스로 매력적인 여자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힘들고 가슴 아픈 연애도 많이 하면서 어리숙한 연애가 점점 성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20대 중반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짧은 연애만 했던 제가 이 남자와 4년 반을 만나고 20대 끝자락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여자이기 때문에 결혼을 빨리 한 거였을까요?
아니에요. 아무 남자하고 연애를 길게 하고 결혼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네 번의 CC를 통해 그리고 이외 더 많은 연애와 썸을 통해 남자 보는 눈을 기르게 된 것입니다. 저와 잘 맞고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남자를 찾은 거예요. 연애를 하면서 몰랐던 제 자신의 모습도 알게 되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을 나누다 보면 진짜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니까요.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지,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저처럼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여자가 되어 연애 좀 많이 해보면 어떨까요?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여자가 되는 것은 이제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니어야 해요. 평생의 당신의 남자를 찾기 위한 방안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