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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Jul 05. 2021

꺼진 썸도 다시 볼까요?

꺼진 썸이 아쉽다면 다시 불 붙이기

꺼진 불만 다시 볼 게 아닙니다. 꺼진 썸도 다시 볼 필요가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과거에 썸을 잠시 탔다가도 연락이 시들해져 자연스레 썸이 사라진 경우, 호감이 있었는데 상대나 나나 연인이 각자 있어서 당시에 만나지 못한 경우 등 지나간 썸에 대해 다시 불을 붙여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남자를 대하고 만나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얼마나 주위에 남자가 없으면 한번 썸 탔던 남자를 다시 만나라 하냐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주위에 남자가 많든 적든을 떠나서 당신은 이미 썸 탔던 그 남자에게 호감을 느꼈던 적이 있지 않나요?

어떠한 이유에서 썸의 불씨가 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호감을 가졌던 상대는 또다시 호감이 생기기 쉬워요. 그 남자가 큰 실수나 문제를 일으킨 상대가 아니라면 말이죠.


새로운 남자를 물색하여 찾는 것도 아주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본인 성격이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게 조금 힘들어하는 성격이라면 꺼진 썸도 다시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사귀다 헤어진 커플도 다시 만나는 판국에 잠깐 썸 타다 시들해진 경우는 연애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거잖아요.



좀 극단적인 연예계 대표 커플 김국진-강수지 부부로 예를 들어볼게요.

두 사람은 1992년도에 방송에서 처음 만났고, 1995년 강수지 콘서트에 김국진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감정이 생길 듯 말 듯 연예계 선후배로 친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 시절 둘 다 감정이 있었지만 너무 바빴고, 표현할만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해요. 그로부터 20년 후인 2015년에 '불타는 청춘'에서 다시 만나 그때 그 감정이 다시 피어난 걸까요? 서로 감정을 표현하여 결국 사귀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은 20년 전, 소위 말하자면 '썸'을 탄 것이었어요. 그때 이뤄지지 못했지만 20년 뒤 꺼진 썸에 다시 불이 붙어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성사된 거 아닐까요? 20년 전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만났을 때 무시했더라면, 꺼진 썸을 지나간 과거로 내버려 두고 넘어갔다면 둘은 예전의 감정을 간직한 채, 그저 방송 동료로만 지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아닌가요? 20년 뒤에 다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다니... 하지만 이 아름다운 부부의 이야기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서 현실적인 저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저와 제 남편은 대학교 CC였어요. 그 남자와 CC 했을 당시 제가 학부를 옮겨서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같은 과 선배였죠. 저희는 1년 선후배 연상연하 커플이랍니다.

2011년에 학부 임원이었던 그를 처음 봤어요. 큰 키에 뽀송한 피부, 쌍꺼풀 없는 잘생긴 눈매는 저의 눈에는 윤계상을 연상시키는 얼굴이었죠. 저는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하지만 그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고 저도 이제 갓 시작하는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접어두어 학교 선후배로 지냈습니다. 게다가 그는 엄청난 철벽남이었어요. 그 부분도 매력 점수가 플러스되었던 부분으로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3년이 흘렀어요. 저에게는 그 사이 여러 연애가 지나갔고, 잠적하는 남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아 슬픔을 견뎌내던 참이었어요. 슬픔을 견디는 데에는 새로운 남자가 특효약인 거 아시죠?

이별한 지 3개월이 지났고 이제는 연애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추슬렀어요.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게 페이스북의 남편의 계정이었습니다. 그동안 그 친구가 군대 가고 저도 전공을 바꾸는 바람에 우리는 만날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사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한번 연락해 보자 생각해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가볍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답장이 오는 거예요.

저는 순간 너무 깜짝 놀랐지만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당시 그 남자는 군대 전역을 앞둔 말출 병사였고 여자 친구도 없었어요. 저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얼굴 보자며 만나자고 했죠. 우리는 뜨거운 여름날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고, 그 후로 4년 뒤 결혼식장에 나란히 걸었습니다.

나중에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첫눈에는 아니지만 저에게도 호감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재회하고 호감이 다시 생겼고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겁니다.


어떤가요? 꺼진 썸도 다시 볼만한가요?


물론 저같이 몇 년 전에 호감 있고 썸 탔던 사람들을 들쑤셔내서 다 연락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썸의 경우는 이루지 못한 관계의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번 시작해 볼 여력이 있어요. 오히려 과거에 왜 이루어지지 못했나 생각할 기회와 시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과거보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제가 만약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다시 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남편과 결혼은커녕 만나지도 못했을 겁니다.

저는 하늘에서 만들어 준 인연? 운명?이라는 단어는 믿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 제가 시도조차 안 했다면 우리는 못 만났을 테니까요.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면, 썸 타는 사람도 없다면 지난 과거에 누구와 좋은 감정을 주고받았는지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생각나는 남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안부를 묻는 척, 꺼진 썸이 잘 있는지 연락해 보는 거 어때요? 꺼진 썸의 남자가 당신의 진짜 남자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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