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엄마

엄마

by 소화 데레사

나는 어릴 때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새 학기가 되면 반장은 하고 싶었다.

반장선거 날짜가 정해지고, 그 주간이 되면 난 살짝 긴장감을 갖고 등교를 했었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후보에는 올랐지만, 막강한 입담을 자랑하는 인기 많은 친구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늘 몇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시곤 했다.

반장 선거가 끝나고 반장은 못되었지만 무슨 무슨 부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집에 왔던 기억이 있다.

집에 돌아가서 엄마를 보고는 아무 일 없었던 듯 " 엄마, 나 ●● 부장이 되었어!" 하고 밝게 말했었다.

그냥 내가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졌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장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로 새로 부임하셨는데, 그때 교장선생님께서 그 반의 1등이 그 반의 반장을 하라는 명을 내리셨다.

그래서 그 해는 반장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그 반 1등인 내가 반장이 되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반장을,

선거에 나가 번번이 떨어져서 못했던 반장을,

드디어 내가 하게 되었다.

반장이 된 날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아마 발걸음도 가벼워진 것 같았다.

엄마를 보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엄마, 나 반장이 되었어" 하고 말을 했었다.

엄마도 내심 내가 반장이 된 것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요즘은 학교에서 반장 엄마의 역할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반장 엄마가 어떤 분이냐에 따라 그 반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했었다.

내가 반장 역할을 어떻게 해 낼까 걱정하는 것만큼 우리 엄마도 반장 엄마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나의 엄마는 나의 초등학교 5학년의 많은 활동과 경험을 함께 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흘러 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날 "엄마, 나 반장이 되었어요!"하고 나타났다.

난 옛날의 내 모습도 떠 오르고, 우리 엄마 모습도 떠 올랐다.

그래서 난 "반장 엄마를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이는 나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엄마가 할 일은 별로 없는데요!"라고 했다.

난 내 아이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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