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즘은 제철과일이라는 것이 있나 싶게, 철이 아니어도 먹고 싶은 과일을 구하기도 쉽고 맘껏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제철에 나는 과일을 주로 먹었고, 다른 과일이 먹고 싶을 때면 이 계절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계절이 오면 그 계절의 과일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계절 바뀜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난 많은 종류의 과일 중에 유독 귤을 좋아했다.
그러나 내가 유년 시절엔 귤이 좀 비싼 과일이었는지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어도 우리 엄마는 사과와 배만 주야장천 사셨다.
특히 사과는 나무 궤짝으로 한 궤짝 또는 두 궤짝씩 겨울이 다 가도록 끊기지 않게 사다 놓고 한겨울 내내 먹었다.
그리고 한 겨울이 되면 귤은 한 두 박스 정도만 사 주신 것 같다.
난 막내라서 언니들이 학교 간 사이에 우리 집엔 엄마와 나뿐이었다. 그 시기에 난 언니들이 귤을 먹고 싶어 할지 말지에 대한 생각도 없이 내 앞에 귤을 잔뜩 쌓아 놓고 하루 종일 까먹었다. 언니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는 귤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았고, 언니들은 자기네들이 먹을 귤은 다 어디 갔냐고 묻곤 했다.
그때마다 난 모른 척을 했다.
그렇게 하길 몇 날 며칠이 지났을 때쯤.
언니들은 더 이상 귤의 행방을 묻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그때쯤 되면 이미 내 손과 얼굴은 노랗게 변해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리 귤이 좋아도 손이 노래지도록 먹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아마도 귤에 욕심을 부린 모양이다.
지금도 가끔 나의 큰언니는 "엄마가 귤을 너만 줬어!!!"하고 질투 아닌 질투를 하곤 한다.
올 겨울에도 난 어김없이 귤을 박스채 사고 있다.
지금 먹는 귤이 몇 번째 박스더라?
행여나 귤이 상할까 오늘도 냉장고 문을 열고, 귤의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귤에게도 관심을 가져 줘야지, 조금만 소홀하면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 상처받은 귤이 생겨 난다.
올해는 꼭 단 하나의 귤도 상한 것 없이 다 잘 먹어 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