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커피를 처음 마셨던 때는 아마도 고등학교 때인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커피는 어른들이 마시는 음료이었는데, 그 음료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잠을 쫓는다고 했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 되면 커피라도 마시면서 잠을 좀 덜 자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
물론 커피 마셨다고 잠을 덜 잔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도 시험 때만큼은 커피를 마시고 공부를 하겠다는 나의 의지를 응원해 주셨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마시던 커피는 요즘의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소위 다방 커피라고 불리던 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림 두 스푼으로 만든 커피였다.
그때 마셨던 그 커피 맛은 달고 맛있었는데, 아마도 설탕맛이 강해서였지 싶다.
그렇게 커피와 설탕과 프림 케이스가 각각 존재하던 시기를 지나 어느 때부터인가 간단하게 뜯기만 하면 커피를 타 먹을 수 있는 스틱형 커피믹스가 출시되었다.
여기서 잠깐, 대중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피믹스의 역사를 간단히 알아보면, 동서식품이 1976년 12월에 세계 최초로 커피, 프림, 설탕을 한 봉지에 넣은 스틱형 커피믹스를 개발하였고, 그 후 1980년에 맥심 브랜드가 론칭되면서 본격적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해서, 1989년에 지금의 노란색의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가 도입되어 현대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믹스커피는 대학 다닐 때 도서관 자판기를 통해 나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았고, 한동안 나의 최애 커피였다.
집에도 박스채 사다 놓고, 우리 집 식구 모두가 커피를 한잔씩 타서 마시면서 식후 후식으로 없어서는 안 될 식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는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믹스 커피와는 이별을 했다.
그렇게 난 아메리카노 커피에 입문하게 된다.
원두커피를 내려놓고 하루 종일 오다가다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의 맛을 조금씩 알아갔다.
신랑도 외국에 출장을 갔다 올 때면 그 나라에서 파는 유명한 원두를 사 오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커피 선물을 종종 받기도 했다.
그렇게 원두커피에 빠져 살던 내가 요즘은 카페라테와 사랑에 빠졌다.
우리 엄마도 당신 집에서는 커피 믹스를 마시다가도 나의 집에서는 내가 만들어 드린 카페라테를 마셨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하시는 날에는 꼭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를 드셨는데 그 커피가 카페라테 이거나 아니면 아포가토였다.
라테는 우유 맛으로, 아포가토는 아이스크림 맛으로 드시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꼭 후식으로 커피 한잔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다.
나의 아들은 맛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발견하면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아포가토를 만들어 드리면 될 것 같다면서 사 왔다.
나의 엄마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시면서도 "고기 먹은 후엔 커피가 좋아" 하시면서 후식으로 커피 한잔은 꼭 드셨다.
오늘도 난 성당 카페에서 후배가 만들어 준 맛있는 카페라테 한잔을 마셨다.
엄마와 함께 마셨던 카페라테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