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곶감 귀신이다.
어릴 때부터 곶감을 참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옛날 곶감은 꾸덕꾸덕한 질감에 하얗게 분이 난 쫄깃한 곶감이다.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고,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앉은자리에서 서너 개 이상은 꼭 먹었다.
곶감에 있는 분 때문에 손에 가루도 묻고, 옷에도 하얀 가루가 떨어져 지저분해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날로 먹는 곶감도 좋았지만 수정과에 띄어진 곶감도 나름 맛있었다.
말인즉슨 난 어떠한 곶감도 다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좀 컸을 때 아이들에게 "이담에 명절에 나한테 인사 올 때 뭐 사갈까 고민이 되거든 고민하지 말고 곶감을 사 오면 된단다"하고 말했다.
이러니 나의 친정에서는 내가 곶감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결혼 후엔 나는 남편에게도 나의 곶감 사랑을 설파했고, 남편도 이제는 어디에서든 곶감만 보면 날 찾는다.
"우리 와이프 곶감 좋아하는데......"
그러니 엄마는 명절에 곶감이 선물로 들어오면 맛도 안 보시고 포장한 것 그대로 갖고 계시다가, 제일 좋아 보이는 곶감 상자를 내 손에 들려주시곤 했다.
오늘 난 우리 언니네 집으로 놀러 갔다.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다.
한참을 재미있게 놀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헤어질 시간이 되어 일어서는데, 언니가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한다.
"왜?" 하고 돌아보니
언니의 손엔 곶감 선물세트가 들려있다.
"이것 갖고 가"
"곶감 하면 너잖아" 한다.
엄마가 늘 내게 챙겨 주었던 곶감을 이젠 언니가 챙긴다.
엄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