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아이
반려동물은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동화에 나오는 유니콘도 전설 속의 기린도 아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니까 아기가 태어나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며, 또한 물건도 아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사냥을 하고 싶어 하고, 날아가는 새를 보면 목을 긁어 채터링을 하는 동물. 집 안에 산다고 해서 모든 고양이들의 본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우리와 태생이 다른 생명체다.
그러니 아이가 태어난다면 알아서 교육시켜야지.
우엉이는 예민한 면이 있는 고양이었다. 고양이가 대개 그렇듯 소리에 민감했고, 앞발을 만지거나 꼬리를 잡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내게 솜방망이를 날리는 일은 잘 없었지만, 집에 놀러 온 형부가 우엉이의 배를 만지려다 솜방망이에 맞아 크게 마음이 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아이를 임신했을 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주변의 어른들이 우엉이를 어떻게든 떠나보내려고 유도했던 것은 내게 큰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통제하지 못한 아이와 우엉이 사이에서 벌어질 갈등에 대해서는 제법 걱정이 되었다. 아이를 임신하고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일은 어디에서든 흔하게 일어났다. 별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 파양글들이 꼭 가족을 교환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아이를 대신해 고양이를 키웠던 것일까. 각자의 사정은 다르겠지만,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고양이를 계속 키웠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사연이 있을지 모른다.
여튼 남편은 입덧까지 함께 할 만큼 나와 동기화되었지만, 나는 임신 기간 내내 모든 것에 대해 서운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우엉이의 온기가 나를 담담히 위로했다. 녀석은 느긋하게 걸어 다니는 편이었고, 자주 뛰어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인 배를 밟히는 일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엉이는 그저 제 무게를 내게 슬쩍 기대거나 나의 발가락 위에 제 배를 포근하게 올려놓는 정도로 만족하는 고양이었다. 나를 위험하게 하는 일은 조금도 없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지옥 같은 입덧과 임신 기간을 지나 조리원을 퇴소하고 아이를 집에 데려왔던 날, 나는 기억한다. 우엉이가 결코 아이에게 다가오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아기 침대 속을 지켜보고 있던 모습을. 경계하는 표정 정도는 읽을 수 있는 주인이었으므로 녀석이 아이를 미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엉이는 언제나 아이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잠들면 조심스럽게 다가와 등을 맞대고 잠을 청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났고, 우엉이는 무럭무럭 늙어갔다. 남자아이 중에서도 특히나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는 우엉이의 꼬리를 무척 좋아했다. 좋아서 하는 행동이 괴롭힘으로 치환된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 나이였다.
귀가 닳도록 가르쳤지만, 언제나 아이는 불시에 우엉이 꼬리를 잡아당겼다. 그게 고양이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도 못한 채 그야말로 젖 먹던 힘을 다해 꾸욱. 그날도 그랬다.
"안돼!!"
이번에는 분명히 아이를 할퀼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세게 잡아당긴 게 아니었으니까. 저도 화가 나겠지. 다시는 아이에게 접근하지 않겠지. 나는 둘을 동시에 말리러 달려가면서도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놀랍게도,
우엉이는 참았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처음 케이지에 담겨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던 날처럼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참았다. 아이의 우악스러운 손길을 고스란히 견뎠다. 귀를 뒤로 바짝 눕힌 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짜증 하나 내지 않았다.
나는 얼른 아이를 말리면서도 우엉이의 행동을 믿을 수 없었다. 우연이겠지. 설마 알고 봐준 걸까.
"우엉이는 꼬리를 당기는 걸 제일 싫어해! 절대 안 돼! 안. 돼!!"
아이에게 잔뜩 기합을 넣어 말하고 우엉이를 살폈다.
"근데 너 이상하다, 우엉아. 왜 안 도망가?"
아직 걷지도 못한 아이가 아무리 빨라도 우엉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리 없었다. 우엉이는 하품을 하며 다시 근처에 풀썩 주저앉아 아이가 낑낑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는 우엉이의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이가 계속해서 자라나는 동안, 나는 우엉이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민첩한 동물이다. 내가 구태여 말리지 않아도 알아서 달아날 수 있는 곳은 많았다. 그 시기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은 우엉이가 아니라 아이였다. 거실에 베이비룸을 설치해 그 안에서만 활동하던 아이는 우엉이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훌쩍 울타리만 넘으면 언제든 달아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엉이는 일부러 아이에게 꼬리를 잡혀주었다. 아이의 근처로 조심조심 걸어가서 아이가 꼬리를 잡으면 힘껏 빠져나왔다.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꼬리를 잡으러 가고, 우엉이는 아이가 쫓아올 수 있는 딱 몇 발자국 앞에서 서성거리며 아이의 놀이상대가 되어 주었다. 매번 꼬리를 잡아선 안된다고 가르쳐 주었으나, 우엉이가 달아나지 않는 통에 훈육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너는 정말 이상한 고양이야."
나는 종종 우엉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이의 머리맡에 몸을 말고 누운 채로 우엉이는 나를 향해 하품을 했다.
아이는 세상 모든 고양이가 우엉이 같은 줄 알았다. 길에 지나다는 고양이를 보아도 우엉이를 본 듯 달려갔다. 날쌔게 달아나는 고양이를 보면 의아한 얼굴로 내게 왜 도망가냐고 물었고, 어느 날은 시터 선생님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팔 한쪽을 긁혀 들어오기도 했다. 길고양이를 만져주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우엉이는 우엉이라서 그래. 우엉이는 우엉이라서 참는 거야. 모든 고양이가 우엉이처럼 네가 만지는 것을 좋아하진 않아. 특히 길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잡히면 더 위험할 수 있어서 그렇게 반응하는 거야. 우엉이는 네 형아잖아. 그래서 봐주는 거야."
아이는 피를 보고서야 세상 모든 고양이가 자신에게 관대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장난을 받아주는 우엉이가 얼마나 특별한 고양이 인지도 알게 되었다.
작은 인간과 작은 고양이가 함께 동그랗게 몸을 말고 봄날의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던 풍경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몹시 따뜻한 풍경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그림답게 그린 그림 속에는 이상하게 생긴 아빠와, 이상하게 생긴 엄마,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와 이상하게 생긴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어디서든 엄마 아빠 우엉이를 순서대로 말했으며 우엉이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꼽았다. 딴엔 자존심이 있어서 끝까지 형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런 기억이 있다.
눈을 뜨면 젖내를 풍기며 아이가 웃고 있고, 길게 기지개를 켠 우엉이가 하품을 하며 다가오던 기억.
봄처럼 따뜻하고, 첫눈처럼 아스라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