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과업을 마치고, 오늘은 자연에게 답을 구했습니다.
어제 오랜 시간 매달렸던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료했습니다. 어차피 첫째가 고3이라 추석 연휴에 어디를 갈 수가 없었고, 추석 연휴 내내 매달려 마침내 마감일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명성산으로 향했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산정호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전날 비가와서 그런지 몰라도 초입부터 폭포소리가 웅장하게 저를 맞았습니다.
처음 가는 정식 코스였지만 험한 책바위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급경사 경고가 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급경사가 계속 되더군요. 그래도 중간 중간에 계단도 있어서 탈만 했습니다.
중턱 즈음부터 멋진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도 저 멀리 날아가는 철새도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아래 보이시나요?
가파른 경사에 잠깐 길을 잃기도 했지만, 다시 방향을 찾아 억새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운무가 장관이더군요. 운무 속 풍경은 24년 전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꿈꿨던 '클라우드 베이스'를 넘어서는 경험이었습니다.
구름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구름들 사이로 펼쳐진 산세, 그리고 비 온 뒤 힘차게 흐르는 폭포의 소리.
하산길에 억새밭에서 비박 중인 한 커플을 만났습니다. "춥지 않으세요?"라는 제 물음에 그들은 "전혀요, 따뜻해요"라고 답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습니다. 둘째 아이가 대학에 가면 배우자와 함께 저렇게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고.
억새밭은 비록 만개하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운무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그 속에서 찾는 작은 행복들이 우리를 더 멀리 갈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제 귀에 폭포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네요.
아래는 하이킹 전체 유튜브 쇼츠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