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팀장 송향미
하이힐. 회사에서 바람이 나서 진달래색 립스틱을 바르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니던 N이후로 오랜만에 높은 굽의 구두를 봤다. 또각또각 하이힐과 단정한 원피스, 차분한 카디건과 생기를 주는 빨간 립스틱이 한 눈에 들어왔고 투명한 색과 파츠로 정리된 손톱이 또 한 번 시야에 들어왔다.
정직한 눈빛과 들뜨지 않은 목소리. 그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였다가는 조용히 즈려 밟히겠다는 기운이 전해져 왔다. 라디오 캠페인을 녹음하러 온 그는 30년 차 간호사. 한 분야에서 같은 여성으로 오랫동안 현역인 그에게 존중을 담아 물었다.
- 기억에 나는 환자나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면요?
20대 때요. 간호사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난 환자예요. 사고가 나서 온몸이 부러져서 병원에 왔어요. 희망이 없었죠. 그런데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환자에게 약을 쥐어주지 않고 제가 손에 약을 쥐고는 조금 떨어진 채 가지러 와보라고 했어요. 환자가 몸을 움직이게요. 의지도 대단했던 그 젊은 환자, 결국 살아서 나갔습니다.
우리 동네에 ‘페리카나’ 치킨 가게가 있다. 원래 어떤 색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빠진 간판을 볼 때마다 마음이 평안해진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들 사이에서 ‘언제적 페리카나’ 인가. 그런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면서 성실하고 꾸준하고 정직하다는 걸 지금도 증명하고 있다. 30년 차 간호사와 빛바랜 간판의 치킨 가게는 같은 것. 앞서 길을 가고 있는 인생 선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놓이고 외롭지 않다. 노마지지, 늙은 말이 길을 안다.
- 일하고 있는 여성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많이 아팠어요. 간호사를 하게 된 것도 제 몸이 아파서 선택을 했어요. 얼마 전에도 몸이 좋지 않았고요. 그래도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또 지나가요. 그러니 그저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살아온 시간은 무기다.‘ 오늘 SNS에서 본 한 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