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생초보 가드너다
우리 집 마당에는 두 그루의 독일 장미가 있다. 하나는 벨렌 슈필, 또 하나는 퀸 오브 하트. 장미가 키우기 어렵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사실 여름 전까지는 실감을 하진 못했다.
벨렌 슈필은 조금 벌레가 먹긴 했지만 나름 큰 탈 없이 느릿느릿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퀸 오브 하트는 아주 건강하게, 키도 무럭무럭 잘 잘라더니 첫해만에 꽃도 풍성하게 피어서 "장미 키울 만 한데 왜 다들 어렵다고 할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퀸 오브 하트의 새로운 잎들이 대부분 쭈글쭈글하고 거뭇거뭇 해지면서 가까스로 2차 개화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꽃들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흑점병이나 흰 가루병, 또 그을음병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쭈글쭈글 거뭇거뭇 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애벌레들의 공격이었다. 그동안 애벌레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던 퀸 오브 하트가 어는 순간 애벌레들의 놀이터, 집단 사육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미 장미의 아랫부분은 잔뜩 뜯어 먹혔고 윗부분도 애벌레의 공격이 본격 전개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 출근 전과 퇴근 후 손으로 잎을 하나하나 만지면서 애벌레를 잡는 게 일상이 되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어서 화학 살충제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몇몇 가드닝 유튜버들이 추천하는 천연 살충제 님오일이란 것을 주문했다.
님오일이 도착하자마자 물 500ml에 님오일 1ml를 섞어 퀸 오브 하트와 벨렌 슈필에 팍팍 뿌려줬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관찰해 보니, 이전보다 애벌레들의 공격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 후 병이 든 것 같은 잎과 생육에 문제가 있는 줄기와 잎을 어느 정도 정리해 주었다. 그랬더니, 올해 한참 자라나서 키가 커졌던 퀸 오브 하트가 다시 작아져 버렸다. 하지만 장미가 한층 깨끗하고 건강해진 듯해서 만족하고 있다.
한편 며칠 동안 비가 내려 마당을 잘 살펴보지 못했는데, 비가 그치고 나서 보니 에키네시아 옆에 괴생명체 하나가 자라나 있었다. 그동안 난 이 녀석을 에키네시아 어린 개체라고 생각하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간 내렸던 비를 양분 삼아 에키네시아 보다 더 커져 있는 이 아이. 갑자기 이 녀석이 무서워져서 집중 검색을 해보았는데 아마도 '미국자리공' 또는 '붉은서나물' 둘 중의 하나인 잡초였다.
에키네시아 옆을 더 살펴보니 거대하게 자라난 이 녀석뿐만 아니라 몇 개가 더 에키네시아로 위장하며 조그맣게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모조리 뽑아내 버렸다. 그동안 잡초를 에키네시아 어린이라고 생각하고 키우고 있었던 내가 스스로 조금 한심하게 생각되었지만 난 아직 생초보 가드너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한숨짓기를 멈추기로 했다.
며칠간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마당을 살펴보니 세이지만 좀 쓰러져 있고 수국과 장미, 새롭게 자라고 있는 루드베키아, 샤스타데이지 등의 어린이들도 그럭저럭 모두 잘 생존해 있는 듯하다. 또 화분에 심어 놓은 버베나 파라솔과 로벨리아, 일일초와 펜타스 등의 일년초들은 집중 호우 기간에 비를 최대한 안 맞는 곳으로 대피시켜 놓았다가 다시 원위치시켰다.
페튜니아는 대피시킬 수가 없어서 행잉 화분에 그대로 두었는데 집중 호우가 끝나고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폭파되었던 페튜니아는 비가 그치고 시간이 좀 지나니 힘겹게 꽃을 또 하나씩 피워 내기 시작했다. 페튜니아의 대단한 생명력에 감탄과 또 감탄.
집중 호우는 점점 심해지고 꽃과 나무들이 부러질 것만 같은 엄청난 강풍도 몰아치고 있다. 또 새로운 벌레와 잡초들도 많아지고 있어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정원이다. 이런 걱정과 근심을 안고 가드닝이란 것을 계속해야만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땅에 어린아이들을 심고 그 어린아이들이 자라나서 꽃을 한가득 피워 내는 내년 봄과 여름의 아름다운 정원의 그림을 상상해 보면 멈출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집 정원에서 꿋꿋하게 살아 있는 꽃과 식물들을 돌보고 또 새로운 모종을 사서 심으며 다시 찾아올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것을.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2년 8월 1일~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