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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Sep 19. 2023

도전, 가을 파종!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1년 차 가드너다

9월이 되었지만,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이상 고온이 꽃과 식물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을은 한 발자국씩 다가와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상쾌하고 기분 좋은 공기를 선물해주고 있는 요즘이다.


이제 곧 10월. 한낮의 늦더위 때문에 마당일을 뭉그적거리다가는 내년의 정원을 위한 준비 없이 빈 손으로 겨울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꽃과 식물들이 잠들어 버리는 차가운 공기와 얼음기 가득한 땅은 불현듯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초가을의 미니 정원


그래서 '가드너의 가을이 바쁘면 다음 해의 정원이 더욱더 풍족해지는 법'이라는 가드닝의 세계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있다. 다음 해의 정원을 위한 가드너들의 대표적인 가을 일거리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다년생 모종 심기. 겨울 동안 뿌리를 키우고 포기를 키워 내년 봄과 여름 튼실한 꽃을 보고 싶다면 월동 가능한 다년생 모종을 지금 심도록 하자.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꽃들은 다음의 따듯한 계절에 반드시 보답을 해준다.


두 번째, 구근 심기. 내년의 이른 봄에 가드닝의 마법을 경험하고 싶다면 가을의 끝에 튤립과 수선화 그리고 무스카리 등 구근을 심어 보도록 하자. 겨울을 뚫고 땅속에서 솟아나는 뾰족뾰족한 새순과 이내 곧 피어나는 이른 봄의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이 부리는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세 번째, 가을 파종. 가을 파종은 노지 월동이 가능한 꽃들의 씨앗을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파종 후 발아시켜 키운 후 땅에서 월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파종이라는 귀찮은 작업을 하지 않고 모종을 구매해서 심어도 되지만, 원하는 꽃을 보기 위해선 파종만 한 것이 없다. 모종으로는 구하기 힘든 예쁜 꽃들을 씨앗으로는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드닝 인생 1년 차, 올해 처음으로 가을 파종에 도전해 보았다.

난생처음 도전해 본 가을 파종


지난여름에 퇴출시킨 키가 크고 평범한 루드베키아 대신, 40에서 50cm 정도의 작은 키에 겹꽃을 가진 '루드베키아 더블데이지'와 수레국화에 대한 로망을 포기할 수 없어 우리 집 미니 정원에 어울릴만한 키가 작은 왜성 수레국화 씨앗을 파종했다.


그리고 개체수를 조금 더 늘려 보고 싶은 '리나리아 퍼퓨리어 캐넌 웬트'란 꽃을 마당에서 핀 꽃이 진 후 맺힌 씨앗을 채종하여 실험 삼아 파종했다.


마지막으로 내년 봄부터 여름까지 미니 정원을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줄 '비올라 솔벳 몰포', '비올라 젬 아프리코트 안티크 플라워'를 파종했다. 비올라는 1년생이기는 하지만 추위에 워낙 강해서, 가을에 어린 모종을 땅에 심으면 겨울을 거뜬히 버티고 다음 해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렇게 총 다섯 종류의 꽃들로 9월의 첫 주말에 가을 파종에 도전했다. 파종 후 보름 정도 지난 지금 '리나리아 퍼퓨리어 캐넌 웬트'를 제외한 네 종류가 발아에 성공해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10월 초까지 파종 트레이에서 몸집을 더 키운 후 10월 둘째 주 정도에 마당에 정식할 예정이다. 파종에 성공한 작은 모종들이 겨울이 오기 전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월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왜성 수레국화의 씨앗에서 싹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8월 말에 다년생 모종을 심고 9월 초에 가을 파종을 하면서 내년의 이 년 차 정원을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이제 10월 말 구근을 심는 일만 남은 듯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마당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가을은 마당 꽃들의 위치를 바꾸는 옮겨심기 최적의 시기다. 그동안 미니 정원의 가운데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자라나 뻘쭘해 보였던 하얀색과 보라색의 부처꽃을, 꽃이 끝나갈 때를 기다려 짧게 자르고 땅에서 캐낸 후 나무 경계벽 앞으로 옮겨 주었다.

부처꽃을 잘라내고 정원에서의 위치를 바꿔 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엔 꽃송이가 중간정도 크기인 오렌지색 국화 모종 '포트멈 케이맨 오렌지'를 심었다. 이 모종이 9월 한 달 동안 성장해서 10월 중순쯤 꽃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월동도 된다고 하니 만약 올해 꽃을 못 보면 잘 키워서 내년을 노려 봐야겠다.


덩굴장미 보니가 무섭게 자라고 있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어린 노발리스,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모두 올해 봄과 여름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덩굴장미 보니는 최근에 짐승처럼 자라서 이제는 무서울 정도다.


그래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끝도 없이 자라고 있는 가지를 옆으로 눕혀 묶어 주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가을 안으로 덩굴이 벽을 모두 채울 기세인데, 이 장미는 적당히를 모르는 것 같다.

덩굴장미 보니의 늘어진 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파종으로 키워 보고자 했던 살구색과 하얀색 천일홍, 그리고 민달팽이에게 뜯어 먹힌 메리골드가 계속 눈에서 아른 거렸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이 꽃들의 모종을 인터넷으로 구해서 마당에 심었다.


그 후 지난 6월 초에 파종하여 싹은 나왔지만 지금까지 성장이 멈춰 있던 새싹 천일홍들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마당에 심었는데, 이 새싹들이 갑자기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땅의 힘인지, 성장을 위한 기온이 이제야 맞게 된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과연 가을이 끝나기 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몇 가지 마당 소식이 더 있다. 9월 초에 심은 매발톱 숙근에서 새순이 쑥쑥 나오더니 보름 만에 꽃대를 올리고 2주 만에 꽃을 피우고 있다. 매발톱은 4월 말쯤 개화하는 꽃인데 숙근을 심을 경우 가을에도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매발톱의 포기는 아담하고 꽃도 작지만, 겨울을 나고 나면 덩치가 커질 것이고 꽃도 더 튼실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가을을 대표하는 단아함의 대명사 추명국이 개화했다. 우리 집 마당에서 1년을 묵고 나더니 여기저기 새순을 땅속에서 마구 퍼뜨리는 중이다. 세력을 너무 넓혀 다른 꽃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내년에는 잘 관리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가을을 밝히는 꽃 추명국


파종에 성공한 미니 백일홍이 한 송이, 두 송이 차분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꽃을 올리고 있다. 모종으로 구입한 '백일홍 재즈'도 피고 또 핀다. 일 년 초인 백일홍이 없었다면 올해의 초가을 정원이 무척이나 심심했었을 것 같다. 내년엔 봄부터 파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서 다양한 백일홍으로 가을 정원을 채워볼 계획이다.


작년의 이맘때부터 우리 집 작은 마당에 본격적으로 꽃들을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우리 집 미니 정원도 그리고 꽃과 식물을 키우는 나도 모두 한 뼘씩 성장을 했다.


가드닝과 관련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니 꽃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함께 힘을 내 보자고, 우리 함께 계절을 쌓아 보자고.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3년 9월 1일~9월 15일)

솔체와 수크령, 추명국이 피어 있는 9월의 미니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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