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생초보 가드너다
2021년 봄, 예닐곱 평의 손바닥 만한 마당이 있는 경기도 북부의 타운하우스로 이사 와서 꽃과 식물들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집으로의 이사를 결정한 순간부터 이사를 한 당일날까지는 마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설레었다. 그런데 현실을 깨닫고 보니 마당에는 벚나무 한그루와 경계목들만 덩그러니. 이전 주인 분들이 마당에 아무것도 심어 놓지 않아서 잔디만 깔려 있던 마당은, 나에게 마치 시베리아의 벌판 같이 다가왔다.
필수 사항은 딱 하나였다. 경기도 북부의 추운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는 아이들로 심을 것
"자 이제, 이 마당을 내가 한번 채워보겠어. 식물 키우는 게, 가드닝이라는 게 뭐 별거 있을까? 식물들이란 땅에 심어 놓기만 하면 자기들 혼자 그냥 잘 크는 생물이라고!"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시작. 먼저, 그동안 꼭 키워 보고 싶은 꽃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수국, 라벤더, 세이지. 사전 조사를 좀 하면서 필수 사항은 딱 하나였다. 집안 화분이 아니라 마당의 땅에 심는 거니, 경기도 북부의 추운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는 아이들로 심을 것.
이렇게 식물들이 집안이 아니라 집 바깥에서 겨울을 나는 것을, 가드너들은 '노지 월동'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터넷과 유튜브를 폭풍 검색, 수국들 중 노지 월동이 뛰어난 품종으로 소문이 나있는 엔드리스 섬머라는 아이를 주문했다. 이 아이가 또 훌륭한 건 그 해 새로 나는 가지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점이었다. 가드너들은 그것을 '당년지 수국'이라고 부르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라벤더는 잉글리시 라벤더, 세이지는 러시안 세이지, 모두 노지 월동에 일가견이 있는 식물들로 주문했다. '우리 집의 양지바른 벽 앞에 라벤더, 세이지 같은 허브들이 멋들어지게 피어나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하고 잉글리시 라벤더와 러시안 세이지는 거실 전창 옆 벽 앞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수국은 하루 종일 햇볕이 쨍쨍 비치는 곳은 피하라고 해서, 우리 집 마당의 벚나무와 옆집의 나무 담장으로 동쪽의 아침 햇살과 한낮의 남쪽 햇살이 어느 정도 가려지는 정원의 한쪽 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이파리 몇 장 달려 있던 아주 어린 수국 네 그루가 주르륵.
수국과 라벤더, 그리고 세이지로부터 시작된 작은 정원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출발시켰다
이렇게 잔디와 경계목 밖에 없었던, 한참은 허전했던 마당의 한쪽을 수국 네 그루와 라벤더, 그리고 세이지로 채워 놓았다. 이것을 시작으로 나의 식물 심기는 작년 봄에 출발했지만, 1년 동안은 그 상태로 마당이 거의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2년의 봄. "과연 꽃과 식물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지난 거울 동안의 걱정반 호기심반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수국과 라벤더, 그리고 세이지로부터 시작된 파릇파릇한 작은 정원의 놀라운 설렘이 나를 '가드닝'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본격 출발시켰다.
아직도 가드닝은 초보중에 초보고, 시행착오 (식물과 꽃들을 심었다 뽑았다, 옮겨 심었다 등등)도 엄청나게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경험을, 가드닝이란 것을 나처럼 이제 막 시작한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일기로 남겨 보려고 한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2년 5월 중순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