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우육면의 세계 / 란저우
중국 여행을 다녀보면 중국 사람들은 먹는 것만 소비하는지 거리마다 눈에 띄는 가게는 죄다 식당이다. 또 중국은 ‘한 달 내내 면요리만 먹어도 서로 다른 국수를 먹을 수 있는 나라’다. 이러니 중국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게 먹는 이야기요, 또 중국에서 먹는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국수다.
중국에서 어느 도시할 것 없이 ‘란저우(兰州난주) 우육면(牛肉面 니우러우미엔), 란저우 라미엔(拉面)’이란 간판을 자주 보았다. 누들로드의 교차점 중국에 왔고 라미엔의 본고장 란저우에 왔으니 국수 타령을 안 하고 지나칠 수가 없다.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은 란저우 라미엔(拉面)이라고도 한다. 라미엔은 치댄 반죽을 손으로 잡아 길게 늘여서 뽑아낸 면, 즉 수타면을 말한다. 일본에서 탄생했지만, 한국인에게 더 사랑받고 다양한 변주로 ‘K-라면’으로 세계 속에 K 시리즈를 보태게 된 ‘인스턴트 라면(拉面)’의 이름 또한 란저우 라미엔에서 왔다고 한다.
중국 서북부 변방의 도시 란저우가 어쩌다가 우육면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을까? 간쑤성(甘肃省감숙성)의 수도이기도 한 란저우는 무슬림 후이족(回族회족)이 많이 살고 있고 실크로드 시대부터 양과 소 교역의 중심지다. 비가 적고 일조량이 많은 란저우 일대에서 생산되는 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즐겨먹는 후이족의 식문화와 란저우 일대의 알칼리성 물과 질 좋은 밀이 만나, 진하게 고아낸 쇠고기 국물에 수타면을 말아먹는 우육면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란저우의 아침은 니우러우미엔으로 시작된다. 란저우 거리에서는 몇 발자국마다 니우러우미엔 식당을 만나게 된다. 탕이 끓고 있는 큰 솥 옆에서 누구는 산처럼 쌓아놓은 파를 썰고 있고, 누구는 반죽된 덩어리면을 치대어 면발을 뽑아내는 묘기를 부린다. 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원래도 중국 여행 때마다 하루 한 끼는 면이다. 란저우에 가니 1일 2식이 니우러우미엔이 되었다.
유명한 맛은 의외로 단순한 법이다. 란저우 니우러우미엔도 별 것 없다. 맑게 끓인 쇠고깃국에 쫀득하게 씹히는 면발, 느끼함을 잡아주는 고명 이 세 가지가 전부다.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우리 입맛에도 딱이다. 고명으로는 매운 고추기름과 다진 파와 다진 고수가 기본이고, 더 고급으로 시키면 쇠고기 수육 편(片)을 몇 점 얹어준다. 중국에서는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을 ‘1청2백3홍4록(一淸二白三紅四綠)’이라고 표현한다. 첫째 맑은 국물, 둘째 흰 면, 셋째 붉은 고추기름, 마지막으로 초록의 향채인 파와 고수가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일상적으로 먹는 국수만 1200 가지가 넘는다는 중국에서 *국수 축제가 벌어졌다고 한다(*2013년 중국 상무부와 요식업협회에서 주최). 그야말로 각 지방의 특색 있는 면요리들이 각축을 벌이는 누들 열전에서, 출품된 500가지 국수 중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이 중국 10대 면요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중국사람이라면 란저우는 몰라도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은 모르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요즘 면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며칠 전 TV에서 봤다. 국수를 좋아하는 자칭 ‘국수주의자’들 사이에 ‘1일 1면요리 먹기’와 단 한 번의 젓가락질로 한 입에 국수를 흡입하듯 먹는 ‘면치기’가 유행한다고 한다.
실크로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실크로드 길목 도시 란저우를 피해 갈 수 없다. 우육면(니우러우미엔)의 원조 도시 란저우에서 그 맛을 단 한번이라도 보고나면 누구라도 ‘1일1우육면’의 면식(麵食) 수행자를 피해갈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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