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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Dec 10. 2021

란저우에선 누구나 면식(麵食) 수행자

1일 1우육면의 세계 / 란저우

중국 여행을 다녀보면 중국 사람들은 먹는 것만 소비하는지 거리마다 눈에 띄는 가게는 죄다 식당이다. 또 중국은 ‘한 달 내내 면요리만 먹어도 서로 다른 국수를 먹을 수 있는 나라’다. 이러니 중국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게 먹는 이야기요, 또 중국에서 먹는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국수다.

      

중국에서 어느 도시할 것 없이 ‘란저우(兰州난주) 우육면(牛肉面 니우러우미엔), 란저우 라미엔(拉面)’이란 간판을 자주 보았다. 누들로드의 교차점 중국에 왔고 라미엔의 본고장 란저우에 왔으니 국수 타령을 안 하고 지나칠 수가 없다.  

    

란저우의 위치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은 란저우 라미엔(拉面)이라고도 한다. 라미엔은 치댄 반죽을 손으로 잡아 길게 늘여서 뽑아낸 면, 즉 수타면을 말한다. 일본에서 탄생했지만, 한국인에게 더 사랑받고 다양한 변주로 ‘K-라면’으로 세계 속에 K 시리즈를 보태게 된 ‘인스턴트 라면(拉面)’의 이름 또한 란저우 라미엔에서 왔다고 한다. 

     

맑은 쇠고기 국물에 수타면을 말고 다진파와 고추 기름을 듬뿍 얹어 주는 란저우 우육면(니우러우미엔). 고추기름은 옵션.


중국 서북부 변방의 도시 란저우가 어쩌다가 우육면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을까? 간쑤성(甘肃省감숙성)의 수도이기도 한 란저우는 무슬림 후이족(回族회족)이 많이 살고 있고 실크로드 시대부터 양과 소 교역의 중심지다. 비가 적고 일조량이 많은 란저우 일대에서 생산되는 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즐겨먹는 후이족의 식문화와 란저우 일대의 알칼리성 물과 질 좋은 밀이 만나, 진하게 고아낸 쇠고기 국물에 수타면을 말아먹는 우육면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란저우의 아침은 니우러우미엔으로 시작된다. 란저우 거리에서는 몇 발자국마다 니우러우미엔 식당을 만나게 된다. 탕이 끓고 있는 큰 솥 옆에서 누구는 산처럼 쌓아놓은 파를 썰고 있고, 누구는 반죽된 덩어리면을 치대어 면발을 뽑아내는 묘기를 부린다. 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원래도 중국 여행 때마다 하루 한 끼는 면이다. 란저우에 가니 1일 2식이 니우러우미엔이 되었다.

      

파 썰기의 고수. 우육면 고명으로 넣을 파를 다지듯이 썬다.


유명한 맛은 의외로 단순한 법이다. 란저우 니우러우미엔도 별 것 없다. 맑게 끓인 쇠고깃국에 쫀득하게 씹히는 면발, 느끼함을 잡아주는 고명 이 세 가지가 전부다.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우리 입맛에도 딱이다. 고명으로는 매운 고추기름과 다진 파와 다진 고수가 기본이고, 더 고급으로 시키면 쇠고기 수육 편(片)을 몇 점 얹어준다. 중국에서는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을 ‘1청2백3홍4록(一淸二白三紅四綠)’이라고 표현한다. 첫째 맑은 국물, 둘째 흰 면, 셋째 붉은 고추기름, 마지막으로 초록의 향채인 파와 고수가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으로 시킨 우육면 7위안(한화 1300원) 고기 고명은 옵션이다. 곁들이는 찬은 접시당 별도 계산.


일상적으로 먹는 국수만 1200 가지가 넘는다는 중국에서 *국수 축제가 벌어졌다고 한다(*2013년 중국 상무부와 요식업협회에서 주최). 그야말로 각 지방의 특색 있는 면요리들이 각축을 벌이는 누들 열전에서, 출품된 500가지 국수 중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이 중국 10대 면요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중국사람이라면 란저우는 몰라도 란저우 니우러우미엔은 모르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요즘 면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며칠 전 TV에서 봤다. 국수를 좋아하는 자칭 ‘국수주의자’들 사이에 ‘1일 1면요리 먹기’와 단 한 번의 젓가락질로 한 입에 국수를 흡입하듯 먹는 ‘면치기’가 유행한다고 한다. 


실크로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실크로드 길목 도시 란저우를 피해 갈 수 없다. 우육면(니우러우미엔)의 원조 도시 란저우에서 그 맛을 단 한번이라도 보고나면 누구라도 ‘1일1우육면’의 면식(麵食) 수행자를 피해갈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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