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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Dec 16. 2021

외국인 허가증 없이 가는 리틀 티베트, 샤허(夏河)

사원이 마을을 거느린 곳 / 샤허

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실크로드 20일 여정 동안 난 도대체 몇 나라를 여행했을까? 나는 중국 비자 1개를 갖고 4개의 나라를 다녀왔다. 

     

실크로드 여행 경로(왼) & 중국내 티베트족의 분포도(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서장자치구가 티베트이다.



시안이 한족의 나라이면서 동시에 이민족의 냄새가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곳이었다면, 란저우와 시닝은 후이족이 자신들의 종교 이슬람교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근거지였다. 한편 란저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티베트인들의 나라, 샤허와 통런이 있었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 우루무치는 도무지 중국 사람, 아니 동양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는 위구르족이 위구르어를 쓰며 살고 있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네 개의 나라, 한족, 후이족, 티베트족, 위구르족의 나라를 차례대로 거친 셈이다. 


시닝 시내의 히잡 가게. 시닝과 란저우은 무슬림 후이족의 나라다. ⓒ위트립


유럽 여행 때 독일에서 차를 빌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를 넘나들며 다닐 때도 이보다 더한 나라 간 이질성을 경험하지 못했다. 네 개의 서로 다른 민족의 나라 중 여행 희소성이 가장 큰 곳은 티베트족의 나라다. 티베트는 외국인 여행 허가가 불시에 무기한으로 막히기도 하고 심지어 그곳에 있던 외국인 여행자가 갑자기 추방당하는 일도 잦아 여행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외국인이 티베트(西藏시짱 서장자치구)를 여행하려면, 중국 여행자라면 기왕에 갖고 있을 중국 비자 외에도 티베트 관광청 지정 여행사에서 발급해주는 외국인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정 여행사를 통해 지정 호텔, 가이드, 차량만 이용해야 하며, 여행 기간만큼만 체류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이런 배경에는 *1951년 티베트에 중국의 오성홍기가 꽂힌 이래 1959년 라싸 사건을 필두로, 1989년, 2008년 티베트인들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 저항이 있었다. 중국과 티베트족의 50년 넘은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며 최근 들어서는 세계의 반(反) 중국 세력과 국제 인권단체가 티베트를 지지하면서 국제전의 양상마저 띄게 되었다.(*중국 소수민족 연구(2007, 정재남)) 

     

어쨌든 길도 먼 데다가, 외국인 제약에, 그때그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변수까지 더해진다니 티베트는 여간해서 가보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티베트가 아닌 인접 지역에도 티베트인들이 모여 살고 있고, 이런 곳은 허가증 없이 관광이 가능하다. 그래서 여행자들 사이에 티베트 여행의 대체지로 떠오른 곳이 간쑤성의 샤허(夏河하하)와 칭하이성의 통런(同仁동인)이다.

     

샤허는 간쑤성 남쪽의 티베트 자치구인 간난(甘南감남)에 속하고 란저우에서 버스로 3시간, 통런은 샤허에서 2시간 거리다. 란저우까지 왔으니 옆 동네나 다름없는 리틀 티베트, 샤허와 통런을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더우기 샤허는 지명을 풀어보면 '여름강'이다. 이런 낭만적인 이름이라면 티베트가 아니라도 여행자를 홀릴만하다.  

   

샤허의 자연 경관 ⓒ위트립


인구 8만의 샤허는 마을이 사원을 품고 있는 곳이 아니라 '사원이 마을을 거느린 곳'이다. 티베트 고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샤허는 해발 2,900m로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쏙 파묻힌 곳에 샤허 마을이 있었다. 마을 중심에는 지은 지 300년 넘는,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 학부 라브랑 사원(拉卜楞寺)이 있다. 샤허는 승려 반(半), 현지인 반(半)인 곳이었다. 샤허에서는 사원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상점에서도, 붉은 승복의 학승들과 자주 마주치곤 했다.

     

사원이 마을을 거느린 곳, 샤허 전경 ⓒ위트립


라브랑 사원 옆 언덕에 오르니 고원 지역의 황량하면서도 굴곡 있는 산세가 서늘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본 붉은 담장의 라브랑 사원은 요란하지는 않지만 기하학적 평면미가 돋보였고 티베트식 가옥들과 어우러져 샤허만의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라브랑사(拉卜楞寺) ⓒ위트립


티베트 라싸의 드레풍 사원의 영향으로 건축(1709)된 라브랑사원. 하루 2회 승려들이 모여 불경을 암송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위트립


샤허에 더 머물다가 알게 되었지만, 샤허의 이런 아우라의 본질은 종교와 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현지인들이었다. 샤허 사람들은 탑돌이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원 동쪽의 백탑 주위는 새벽마다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 탑을 돌거나 비둘기에게 보시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원 담장에 매달아 놓은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 오체투지로 사원 둘레를 도는 사람들을 하루 중 어느 때라도 마주칠 수 있었다. 티베트인들의 종교 수행은 일상 그 자체였고 그들의 신심에 경외로움까지 느껴졌다. 

    

하루가 시작되고 생업에 나가기 전 탑돌이하고 있는 현지인들. 탑은 시계방향으로 돈다고 한다. ⓒ위트립


아침마다 비둘기에게 보시하고 있는 티베트 할머니 ⓒ위트립
사원 둘레에 조성된 경전통 마니차를 돌리는 현지인들 ⓒ위트립


두루말이 경전이 들어있는 경륜통 마니차를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 같다고 한다. 


오체투지로 사원 둘레를 돌고 있는 10대 남학생 


오체투지로 기도 중인 현지인들. 기도의 제목은 무엇일까?  


일명 '노란모자파'인 티베트불교 겔룩파의 승려. 모자를 손에 들었다. ⓒ위트립


중국 속 또다른 나라가 궁금하다면 티베트 마을 샤허에 꼭 가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샤허에 간다면 아래 것들을 꼭 해보기를 권한다.

- 라브랑 사원 양쪽 언덕에 올라 라부랑 사원 전체를 조망하기-해뜨기 전이나 일몰 무렵이 좋다.
- 새벽에 마니차 돌리며 라부랑 사원 외곽 한 바퀴 돌기(3km, 1시간 소요)
- 라브랑 사원 단지 안에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기
- 사원 아래 티베트 현지인 마을의 좁은 골목길 걸어보기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독자에게 한 가지만 더 보너스 정보를 드리자면, 기왕 샤허에 갔다면 꼭 샤허에서 통런으로 버스 타고 넘어가 보라.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2021, 위트립 선정)을 만날 것이다.




< 란저우(兰州)에서 샤허(夏河) 가기(2016 기준) >

- 란저우 시외버스 남부터미널(汽车南站 치처난짠)에서 샤허(夏河)행 버스가 이른 아침부터 있음.

- 란저우 기차역에서 남부터미널까지 택시 20元 내외, 20분 정도 소요.

- 8:30 란저우 -> 11:30 샤허, 3시간 소요, 요금 75元, 대형버스.

- 란저우에서 샤허행 직행을 못 구하면 임하(临夏, 린샤)로 가서 샤허행을 타면 됨.

- 샤허에 외국인 숙박 안되는 숙소가 많음.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268元(1박당)에 2박함.

- 샤허 숙소는 라브랑사(拉卜楞寺) 근처가 편리함.

- 버스는 1元, 택시 1인당 2元(택시가 거의 버스 개념으로 다님.  요금도 1인당으로 받음.)

- 샤허는 고도(2,900km) 높은 산간 마을이라 여름이라도 아침 저녁으로 매우 쌀쌀하다. 긴옷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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