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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Dec 18. 2021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따라, 샤허에서 통런으로

탱화 예술가 마을 / 통런

샤허(夏河하하)에서 통런(同仁동인) 가는 길이 경치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랴. 버스 타고 가는 내내 창밖은 푸른 초장에 양 떼가 뛰노는 천상의 풍경다. 황하석림의 한 부분을 떼어 옮겨놓은 듯한 바위군도 불쑥불쑥 나타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간간이 등장하는 게르(Ger)와 티베트 사원의 탑은 차창 풍경의 화룡점정이었다.

     

실크로드 여행 코스(왼) & 티베트족 분포도(오) 통런은 칭하이성(청해성) 티베트 자치지역인 황난(황남)자치구에 속한다.


안구정화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단어다 ⓒ위트립


푸른 초원에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위트립


샤허-통런길은 이동 경로 자체가 ‘둘도 없는 초원 여행’이 되어 주었다. 몇 년 전에 갔던 후룬베이얼 초원과 만저우리(满洲里)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해준 샤허 교외의 쌍커 초원(桑科 草原 쌍커 차오위안)을 건너뛴 것도 보상되었다. 

      

황하석림과 밀밭의 콜라보를 보는 듯하다. ⓒ위트립
초원 위의 게르(몽고빠오)(왼) & 티베트 불교 탑(오)


샤허가 산간 마을이라면 통런은 도시였다. 통런은 샤허보다 크고 자연입지조건도 좋았지만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아담했다.

      

통런 시내 전경 ⓒ위트립


통런은 탕카로 유명한 곳이다. 즉, 탱화의 고향이다. 탕카는 티베트 불교 회화를 말하며 면직물에 광물성 안료로 채색한다. 통런 집안 대대로 탕카를 가업으로 하는 탕카 예술인촌이 있는 곳으로 신심이 깊은 티베트 사람들이 멀리 라싸에서 이곳까지 탕카를 사러 온다고 한다. 여행자가 통런을 방문하는 이유는 탕카 문화를 엿보기 위해서다.

     

샤허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가 우리보다 하루 먼저 통런으로 넘어와 있었다. 그들이 구한 숙소를 추천해주어 같은 숙소 옆 방에 묵게 되었다. 급 친해진 두 부부는 한 호텔방에 앉아 한국에서 갖고 온 몇 봉지 안 남은 커피를 나눠 마셨다. 그들은 칭하이성 10일 일정으로 왔다고 했다. 사실 중국은 자유 여행하는 한국인을 보기 어려운 곳이다. 모처럼 중국 오지에서 모국어 쓰는 같은 처지의 자유여행객을 만나니 이야기샘이 마를 새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티베트 불교 사찰 롱우쓰(隆务寺융무사)로 갔다. 본당이 한창 단장 중이었다. 이곳도 샤허의 라부랑쓰처럼 사원 담장에 삥 돌아가며 마니차 매달려 있었다. 마니차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있고 마니통을 돌리는 수행 방법은 글을 읽지 못하는 신도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마니차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 같고 죄업이 하나씩 사라진다고 하니 마니차 둘레길 순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한낮이라 현지인들이 별로 없었다. 새벽에 가면 현지인들을 더 많이 만나고 스님들의 집단 염송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롱우쓰 담장 둘레에 설치된 마니차(경륜통) ⓒ위트립


다음날은 러궁예술박물관(热贡艺术博物馆)에 갔다. 이곳에 간 진짜 이유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서였지만 탕카에 대한 약간의 공부도 되었다. 티베트 사람들은 통런을 황하의 지류가 흐르는 곳, ‘금빛 골짜기’란 뜻의 러궁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통런의 탕카를 러궁 예술이라고 한다. 전시된 그림과 자수 탕카는 채색도 화려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했다. 만드는 과정 자체가 기도요 수행일 것이다. 유네스코도 탕카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인류 무형문화유산(2009)으로 인정하지 않았을까.

     

자수 공예(왼) & 돌가루 염료로 채색된 만다라(오)


우툰쓰(吾屯寺오둔사)는 한국 여행자 부부와 동행했다. 우리 부부와 같이 길을 나서니 준(準) 단체 관광이 되었다. 우툰쓰의 하사(下寺씨아쓰)부터 보고 상사(上寺썅쓰)로 이동했다. 하사에 가니 스님 한 분이 나오셔서 안내를 해주었다. 하사 안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의 그림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림 판매도 겸하고 있었다.

      

티베트 불교 절인 우툰쓰의 하사 부근은 경치가 좋다. ⓒ위트립


탕카 예술가들 ⓒ위트립


샤허의 라브랑사원 주위를 오체투지로 돌고 있는 소녀들 


샤허도 그렇고 통런도 그렇고 티베트권으로 들어가는 순간 티베트 불교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린다. 그만큼 티베트인들에게 종교과 삶이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티베트 문화권에 들어서면 유난히 숙연해지고 처연함까지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티베트인들이 사는 곳은 주로 히말라야 설산 자락의 춥고 척박한 곳이다. 그외 거주지도 하나같이 고립된 산악지대에 농사짓기 어렵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들이다. 예전에 던 캉띵(康定강정)과 쑹판(松潘송번)도 그랬다. 험준한 자연에 순응하면서 목축과 농업에 종사하며 종교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새벽마다 탑돌이를 하고 사원을 돌며 마니통을 돌린다. 하루 종일 한 손에 휴대용 마니통을 든 채 돌리고 또 돌린다. 노인에서 10대 아이들까지 몸의 다섯 군데, 즉 양쪽 무릎과 양쪽 팔꿈치, 이마를 땅에 닿게 절하는 오체투지 수행을 하고 있었다. 비상식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탕카를 그린다. 이렇듯 종교의 수행을 일상에서 극단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비종교인 이방인에게 숙연함을 가져다주는 건 아닐까?

    

한편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때때로 분신을 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들의 큰 스승이며 활불(活佛)이자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중국을 떠나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중국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이런 약소 소수민족의 한과 설움을 나도 모르게 티베트인들의 삶에 투영시키는 탓에 처연해지는 것은 아닐까?


티베트 불교는 탑신앙 중심인지 불상이나 불상을 모신 금당 보다 탑이 많았다. ⓒ위트립


통런은 샤허보다 관광지로 인기가 덜한 곳인지 외국인 여행객이 거의 없었다. 관광객이 없으니 마치 우리가 현지인 동네에 잠입이라도 한 듯 했다.    

   

우둔쓰의 하사에서 나올 때는 차편이 없었다. 택시가 다니는 큰길을 찾아 걷던 중 길가던 경운기를 흥정해서 탔다. 졸지에 경운기 짐칸에 올라탄 중년 여행자 넷이서 어린아이 마냥 떠들며 즐거워했다. 여행을 다니니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각본 없는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여행정보(2016 여름 기준)


< 샤허(夏河)에서 통런(同仁) 가기 >
- 7시30분 출발. 2시간 소요, 요금 35元 , 차편이 1일 1회밖에 없음.
- 샤허 터미널(샤허치처잔) 앞  대절 택시도 많음. 1대 200元(3명)으로 샤허에서 통런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도 봤음. 숙소에서 대절택시를 소개하기도 함.


< 통런(同仁)의 롱우쓰(隆务寺) >
- 통런의 시외버스터미널 이름은 황난치처잔(黄南汽车站). 티벳자치지역 중 샤허는 간난(甘南)자치구,통런은 황난(黄南)자치구에 속함.
- 숙소 : 시외버스 정류장 부근은 시청사 등 업무용 건물이 많고, 숙소나 식당 등은 적은편.
        시외버스터미널인 황난치처잔에서 롱우쓰(융무사) 방향으로 5분 남짓 걸어가면 통런 시내의 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러궁치아오(热贡桥 열공교)가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실속형 숙소와 식당들이 있음.
- 통런 시내에선 택시 5元(거의 정액제), 승합차형 시내 버스가 러궁치아오 입구에 정차하기도 함.
  시내에서 시 외곽 오둔사 갈 때는 편도 20元


통런에서 러궁예술박물관우툰쓰(吾屯寺 오둔사)의 썅쓰(上寺 상사)와 씨아쓰(下寺 하사가기 >
- 러궁예술박물관(热贡艺术博物馆 러꽁이슈보우꾸안)은 통런 시내에 있음. 택시 5元. 입장료 없음.
- 우툰쓰는 시 외곽에 있고 두개의 절, 상사와 하사로 나뉘어 있음. 하사 입장료 30元.
  입장료 내면 스님이 가이드 투어 해주고 하사 안에서도 탕카 작업 볼 수 있게 해 주며, 탕카 판매도 함.
- 하사 주변에 탕카 예술인촌 있음.
- 상사와 하사는 도보 가능. 도보 10~15분 정도
- 시내에서 상사와 하사 까지 갈 때 택시 편도 20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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