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트립 May 10. 2024

장기 여행, 집은 어떻게 하고 떠났어요?

6. 장기 여행, 뭐부터 준비할까?

장기(長期) 여행의 정의가 따로 있을까. 누구에게는 1개월이 장기여행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6개월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3개월을 장기여행의 기준으로 삼고 싶다. 3개월 이상이면 해외여행자보험 가입이 제한되고 해외체류보험을 들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 면제 기준도 3개월이다. 여행 등의 이유로 해외에 3개월 이상 머물면 국내에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면제된다. 나도 3개월 이상의 여행은 처음이라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장기 여행, 집은 어떻게 하고 떠났어요?" 여행을 다녀와서 참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질문 중 하나이다. 내 경우 길어봤자 1년인데 '집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두고 떠났다.' 너무 싱거운 대답인가. 결과적이긴 하지만 집은 두 달 반 정도 비어 있었고 그 이후로는 딸아이가 들어와 살았다.


싱거운 대답을 드린 죄책감에 장기 여행 준비 매뉴얼이라도 방출해야겠다.


< 장기 여행 준비, 뭐부터 할까? >

1) 여행 경비 점검 : 해외 출금 및 결제 계좌로 여행 경비 예치, 사고를 대비해 해외인출계좌는 100만원이내만 예치, 다른 모 계좌에서 수시 송금
% 신용카드2(아멕스, 비자), 체크카드2(하나비바X, 하나은행 트래블로그-둘다 마스터카드, 언택트카드 필수-해외 도시에서 교통카드 겸하는 경우 많음.(예)런던, 뉴욕, 리우데자네이로 전철 등)
% 분실을 대비해 신용카드1매와 체크카드1매씩 서로 다른 곳에 넣어 휴대함.

2) 행정 처리 : 여권,국제운전면허증,증명사진(여권분실대비) 준비 /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 신청, 볼리비아비자 준비(서류만 준비, 페루 리마에서 발급)

3) 예방접종 : 황열병 예방접종, 고산증예방약 처방 - 황열병은 1회 접종으로 평생 유효하다고 해서 맞음.
% 건강검진, 치과검진 및 스케일링

4) 보험 중지 : 자동차보험(차량등록사업소와 자동차보험사, 6개월 이상 해외체류 시), 지역건강보험(건강보험공단, 3개월 이상 해외체류 시)

5) 우편물 외 : 전자고지서로 전환, 아파트 관리실에 관리비 고지서 중지 요청 및 차량 장기 주차 신고

6) 여행 직전 : 휴대전화요금제변경, 여행자보험가입(마이뱅크인슈어런스), 유심 구입(첫 방문국만), 환전(달러와 유로화는 비상금만 준비, 나머지는 모두 현지 인출, 신용카드를 주로 쓰고 현금은 필요시만 사용)
% 휴대전화 중지는 비추, 온라인결제 시에 본인 인증용으로 요구하므로 휴대전화 중지는 불편함.   

 

적고 보니 별 게 없다. 3개월이상 여행이라도 '보험과 우편물, 휴대전화요금 변경' 등 몇 가지만 추가될 뿐이다. 1주일 해외 가나 1년 해외 가나 준비할 건 똑같다. 괜히 마음만 비장해질 뿐이다.


길 위의 집,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펜바흐 숙소 근처에서... 


여행 준비 중에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화했을 때 일이다. 관리비 고지서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관리실 직원이 수시로 우리 집 우편함을 점검해 우편물을 수거해 놓겠다고 했다. 그중 세금고지서가 있으면 사진 찍어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나를 카카오톡 친구로 단번에 연결해 버렸다. 아니, 이렇게 친절한데? 아파트 입주민 갑질 뉴스는 어느 행성 이야기?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우리의 여행을 위해 마을이 통째로 발 벗고 나섰다. 이렇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의 도움과 기원 덕(브런치 독자들의 기도도 포함)에 10개월의 여행이 안전하게 마쳐졌다.


표현하지 않는 고마움은 고마움이 아니다. 귀국 후 아파트 관리실에 식용유 선물세트를 쫘악 돌렸다. 경비직과 미화직을 포함해 직원이 20명이라고 했다. 고마움 더하기 '안전 귀국 기념'이다. 여행지에서 택시 안 타고 아낀 돈은 이럴 때 쓰는 거 아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