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관한 수많은 명언들이 있다.
지혜란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여행을 한 후, 스스로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으려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는 여행이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대체 여행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유럽을 갔다 오면 무조건 사진을 보여준다. 프랑스 에펠탑 사진과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또는 영국의 해리포터 박물관이다. 그러면 장소에 대한 찬양을 시작한다. 그곳의 기후는 어떻고 얼마나 분위기가 좋으며 얼마나 꿈같은 시간을 보냈는지를 말이다.
부러웠다. 내가 가보지 못한 분위기를 그들은 체험했기 때문이다. 근데 한 가지 의문점이라면, 여행을 다녀온 나의 주변인들에게는 위의 명언들이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 관광지가 얼마나 좋았고 자신이 얼마나 그곳에서 행복했는지를 나한테 강요하는 여행관장업체 사람 같았다.
나도 떠나고 싶었다. 다만, 계속 곱씹는 여행이 되길 원했다. 에펠탑 앞에서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알함브라 궁전에 가서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나만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었다. 지금 아니면 나중에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군대도 갔다 왔고,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나는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사실 대학교 3학년에 나가는 것도 늦은 감이 있었다. 취업준비를 위해 가장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마저 놓치게 되면 내 인생에 유럽여행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나는 결단을 내렸고, 총 여행경비 500만 원으로 2달 동안 해외로 나갈 준비를 했다.
언제가 수능 공부를 하며 공부했던 영어독해문제에 이런 글이 있었다. 여행의 본질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도착하는 과정이라고. 비행기는 도착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왜 비행기가 아닌 기차로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가에 대한 글이었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이 즐거운 것이라고.
나의 여행 목적은 간단했다. 최대한 길게 해외로 나가보는 것이었다. 에펠탑 같은 해외 관광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융프라우 같은 자연광장지는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돈은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걸 다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타협했다. 최대한 많이 체류해보자고. 그저 해외는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외국인이라고는 만나본 경험이 없고, 성격도 유쾌한 성격은 아니라서 낯을 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은 넘쳐났다.
나의 계획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여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한 후 모스크바에서 카우치서핑을 한 후 스페인으로 넘아가서 알베르기에서 일하기, 그리고 스위스와 독일에서 관광을 한 후 아이슬란드로 가서 '포토마라톤'이라는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나서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친구를 보고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첫 유럽여행이라니, 얼떨떨하다. 무엇을 해야 위의 명언들처럼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고 더욱더 성숙하게 될 수 있을까? 떠나기만 하면 답을 얻을 수 있을까? 가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첫 배낭여행이 재밌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