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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Feb 09. 2024

출근도장 찍고 다시 잠든다.

그럼 출근한 거야, 안한 거야?

지금은 시스템이 약간 바뀌었지만, 예전에 우리 회사는 정문에 달려있는 기계(?)에 출입증을 찍음으로서 출퇴근을 체크한 적이 있다. 개인별 출입증으로 기록된 출입시간 중 가장 이른 시간이 출근시간, 가장 늦은 시간이 퇴근시간이 되는 것이다. 9 to 6라는 일괄적인 출퇴근 시간에서 벗어나 조금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적용해보겠다는 취지였다. 


9시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움직여야 할 필요 없고, 나의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출퇴근을 조정할 수 있으니 참 편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몇 달 뒤에 회사 내에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회사 바로 옆 기숙사에 사는 몇몇 직원들이 아침 일찍 출입증을 찍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서 잔다는 것이었다. 나는 회사 내에서도 가십거리나 소문에 둔한 편인데, 그런 내 귀에 들려올 정도라면 이미 회사 내의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야 '뭐 그러거나 말거나'하며 흘려듣고 말았지만, 정의감을 불타는 몇몇 사람들은 분노하며 범인의 색출과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번에 올린 글에서 미라클모닝을 혼자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혼자 하다보면 의욕이 사그라들기 마련이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재미도 없기에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일찌기 혼자 해보려고 덤비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단톡방에서 사람들과 함께 미라클모닝을 하고 있다. 타임스탬프로 인증샷을 찍어 올리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미라클모닝 때 뭐하는지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아침 일찍 열정적으로 하루를 여는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세에서도 잘 수 있다. 커피를 마시다가도 잔다. 전화통화를 하다가도 잠든다. 



내 평생 가장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불면증'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미모 인증을 해놓고 책을 읽다가 다시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정말 피곤한 날에는 벌칙하기가 싫어서 '인증만 하자'라는 마음도 살짝 든다. 

인증샷을 올리고 다시 잠들어버리면.... 이건 미라클모닝을 것도 아니고, 것도 아니야... 


미라클모닝은 그냥 나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일상에 치여 바쁘게 살다가는 지난날을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다른 미래로 가는 방법은 다른 오늘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오늘의 일부를 뚝 떼어 나의 꿈에 투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 목적을 잊어버리고 과정이나 도구에 열중한다.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목매는 경우랄까. 

그러니 미라클모닝 인증에 연연해하지 말자. 미라클모닝 인증을 하나의 놀이처럼 재미를 얻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미라클모닝 자체가 그리고 인증샷 업로드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오늘도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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