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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May 28. 2024

왜 네 마음도 몰라?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아

내 아이가 초등학생때였나 보다. 학교에서 하는 특별 활동을 희망하는 사람만 신청서를 내라길래 아들에게 물었다.


“OO아, 이거 내일까지 신청이라는데 고민해봤어? 할거야?”

“잘 모르겠어요”

“내일까지 신청서 내라는데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면 신청서를 낼 수가 없잖아. 네가 하고싶으면 신청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하고싶기도 하고 안 하고 싶기도 하고… 모르겠어”

“아니, 네 마음을 내가 모르면 어떻게 해?“

“몰라.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아?”

자기의 마음을 자신이 모를 수도 있다는 건 이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너무 모순처럼 느껴지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이 스쳐지나갔다.



사실 내 아이의 말은 아직 아이니까 남들의 감정은 물론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도 서투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 직장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한 분이 “여자들은 왜 그러냐”며 하소연을 했다.


“제 아내가 장모님이랑 별로 사이가 안 좋아요. 그래서 장모님 만나고 온 날은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그럴때는 저한테 사소한 걸로 짜증을 내는데, 얼마 전에는 애도 막 혼내길래 그러지말라고 했거든요. 장모님 때문에 기분 안 좋은 걸 왜 애한테 푸냐고 말이죠.

그런데 아내는, 애가 잘못 해서 혼낸 건데 왜 장모님이랑 엮냐고 화를 더 내는 거에요. 분명히 다른 날에는 그냥 넘어갔을 일로 화를 냈으면서도 본인은 그런 게 아니라고 우기더라구요“


실제로 그 동료의 아내분은 본인의 감정을 가족에게 전이시킨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주위를 봐도 본인감정의 쓰레기를 주위 사람에게 퍼부으면서 본인은 인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면서 본인이 눈을 흘기는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 옆에서 알려줘도 절대 아니라며 진실을 부정하는 혹은 회피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미숙하거나 무지하거나, 혹은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엊그제 후배가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내게 이야기 해주었다. 엄마랑 쇼핑하러 갔는데 처음에는 막 신나서 같이 쇼핑을 했단다. 그런데 30여분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가 약간 짜증을 내며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하더란다. 엄마에게 기분 나쁜 거 있냐고 왜 그러냐고 물어도 아무일도 없다고, 기분 나쁜 거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러다 그 후배가 물었단다.


“엄마, 혹시… 피곤해?”

그러자 엄마가 약간 놀랍고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어…. 나 피곤한 거 같애”

“그럼 엄마 카페 가서 잠깐 쉬자”

“그래, 그러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후배가 이야기했다.

“엄마, 엄마가 피곤하면 언제든지 카페에서 좀 쉬면 되니까 피곤하다고 이야기를 해. 엄마가 피곤하다고 짜증을 부리면 나도 힘들잖아“

“… 나, 내가 피곤한지 몰랐어”


엄마의 그 말을 듣고 후배는 마음이 짠했다고 했다. 나 역시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건 미숙하거나 이기적이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평생 내 마음 하나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 없이 바쁘게 일상을 살았거나, 혹은 내 마음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느라 내 속을 헤아리지 못 한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며 남을 이해해주는 것도,

내게 주어진 역할에 부응해서 충실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내 마음은 어떤지, 내 상태는 어떤지 찬찬히 살펴보는 여유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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