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에게 뭐라고 말할 거야?
최근에 대학 동아리 동기인 여사친 A, 그리고 남사친 B를 만났어.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었더랬지. 사춘기 아이 키우는 고충, 또라이 회사 동료의 일화, 아직 싱글인 B의 연애 코치 등등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대화를 즐겁게 나누고 있었어.
그러다가 문득 A가 말했어.
눈물도, 한숨도 없었어. 어두운 얼굴로 세상 불행한 사람처럼 말한 것은 더더욱 아니고.
"나 퇴사하려구" 혹은 "나 이사하려구", 딱 그 정도의 무게감으로 말했어. 많은 고민 뒤에 내린 결론을 공표하는 듯 담담하게 내뱉는 A의 말에 나와 B는 잠깐 멈칫했지.
A는 동아리 남자선배였던 C와 오랜 연애 후 결혼을 했기에 나와 B 모두 A의 남편인 C를 잘 알고 있지.
A가 결혼한 후 독박육아를 하며 힘들어할 때에도 C는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며 살던 사람이고 A에게 좋은 남편이 아니었던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A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싶었어. 그러나 C는 같은 남자끼리의 유대감 때문인지, 나보다는 조금 더 C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했던 것 같아.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A에게 C는 '왜 결혼을 유지해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A를 설득하려고 했어.
"그래도 형이 착하잖아. 돈을 못 벌어오거나, 때리거나, 바람피우는 것만 아니면 참고 살아보라던데"
"... 바람피운 적도 있어"
"... 그래도 지금은 잘하지 않아?"
"결혼해서 10년이 되어가도록 오빠는 나아진 게 없어. 여전히 집안일과 육아 다 내 일이고, 오빠는 본인 일, 본인 친구, 본인 노는 게 먼저야"
설득이 먹히지 않고, 단호한 A의 말에 C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 그리고는 반장난처럼 말하더라고.
"야, 예전에 네가 그 형 좋다고 쫓아다녔잖아. 네가 결혼하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무르면 어떡해 “
“내가 먼저 오빠한테 결혼하자고 했지, 그때는 오빠가 좋은 남친이었으니까. 그런데 좋은 남친인 거랑 좋은 남편인 거랑은 다르더라고. 그때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해서 평생 그 선택에 책임져야 해?
논리적인 A의 말에 나도, C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지.
브런치스토리에서도 이혼에 대한 글을 쉽게 볼 수 있어. 이혼에 대한 브런치매거진이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인기글 리스트에는 어김없이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지. 그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이혼에 대한 고민을 안고사는 게 아닐까 싶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아이에 대한 염려,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것, 주변 사람들의 시선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테지.
최근에 읽은 브런치의 글 역시 결혼준비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고, 이후 더 큰 문제에 부딪치면서 이혼으로 끝난 이야기였어. 결혼 전 ‘이건 아닌데’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파혼에 대한 시선, 상대방에게 남은 미련, 변화에 대한 기대 등으로 그 불안을 애써 모른 척했겠지.
그런데 생각해 봐.
다들 그렇게 산다고, 그냥 참고 살라고?
아마 네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배우자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너는 당장 그 사람 손을 붙잡고 그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게 할 거야.
마찬가지로 너 역시 너의 가족, 너의 친구들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짐이 될까 봐, 혹은 걱정 끼치기 싫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서의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너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니 스스로를 먼저 아껴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