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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Jul 08. 2024

'아무거나' 먹겠다고 말하지 마라

'아무거나' 같은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회사 사람들과 점심 약속을 잡으면 늘 메뉴를 정하는 데에서 막힌다.


"뭐 먹으러 갈까요?"

"드시고 싶은 거 고르세요.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저도 다 괜찮아요. 먹고 싶은 거 없으세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매번 이 대화를 되풀이하는데,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더 강했어. 이러한 현상은 만국공통인지, 인스타나 틱톡에서도 비슷한 영상들을 볼 수 있더라구.


https://www.tiktok.com/@jimmyrees/video/7234439384077061377


https://www.tiktok.com/@jackthepoolboy/video/7372676088033479982



물론 정말 먹고 싶은 것이나 떠오르는 메뉴가 없어서인 경우도 있지.

그러나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난 OO가 먹고 싶긴 하지만) 너 먹고 싶은 거 골라.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




그런데 살다 보니, 특히 나이가 들어보니 느끼게 된 건데

내가 상대방을 존중해 준다고 해서, 상대방도 나를 존중해 주는 건 아니더라.

오히려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주다 보면 그걸 당연하게 여기거나, 나를 깔보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


예전에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이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세상에는 남을 짓밟고 위에 올라서려는 이상한 인간들이 은근히 많아.

내가 양보하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얘는 이렇게 해도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거나 본인이 멋대로 해도 되는 권리가 생긴 줄 알더라구.


회사의 팀 사람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가면 다들 셀프바에서 물을 떠 오거나, 젓가락을 놓느라 분주하지.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지켜보니 그 사람은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러더라구. 식당에 가서도 편한 자리에 냉큼 먼저 앉고, 남들이 뒤치다꺼리 일을 할 때에도 가만히 앉아있는 얌체.

물론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너도 똑같이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네가 양보하고 배려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어디까지가 자기주장이고, 어디까지가 나를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면 너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너 자신을 들여다봐.

너의 아이가 친구들과 밥을 먹고 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봐.

"나는 파스타 먹고 싶었는데, 친구가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해서 짜장면 먹었어"라고 말하면 당신은 속상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경우가 가끔이라면 괜찮아. 본인 생각만 내세우는 예의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너의 아이가 매번 상대방에게 맞추느라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참기만 한다면 넌 많이 속상하겠지? 네가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야.


상대방에게 너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우기라는 게 아니야. 무조건 상대방에게 맞추려는 것보다, 나의 사랑하는 여동생들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시의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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