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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Jan 05. 2024

미라클모닝, 이렇게 하면 망한다

꼭 아침에 해야 미라클인가?

재작년 12월 31일에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러 갔다. 올해는 어디서 어떻게 한 해를 맞이할까... 고민을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새해 일출을 보고싶다고 했다. 12월 31일에 갑자기 이야기하니, 동해안 가는 기차표가 있을리 만무하다. 좀 막히더라도 차를 가져가서 하루 숙박할까 생각도 했으나, 지금 출발하면 말 그대로 숙소에서 잠만 자고 돌아와야하는 꼴이다. 


그나마 가깝고 사람이 덜 몰릴 것 같은 동해안 해수욕장을 골라 새벽 3시에 출발했다. 3시간을 달려 도착했는데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구름이 가득해서 해 귀퉁이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역시나 IC 근처에서 막히는 차들을 보며 생각했다. 당신이나 나나 왜 오늘 아침에 이렇게 몰려들어서 고생일까. 12월 31일에 뜨는 해나 1월 2일에 뜨는 해, 그리고 1월 1일에 뜨는 해는 달라진 게 하나 없는데, 전국적으로 온 사람들이 1월 1일의 일출을 기를 쓰고 보려하는 이유는 뭘까. 


12월에 요가학원을 등록했다. 요가학원 선생님은 지난 달보다 할인이 많이 들어간 금액이라며, 앞으로도 요가학원이나 헬스장 회원권을 살 때는 12월을 활용하라고 넌지시 팁을 줬다. 요가학원 운영을 위해 나가는 돈은 똑같은데, 12월에는 회원이 확연히 줄어서 운영이 힘들다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1월이 되니 확실히 12월에 비해 회원들이 많아지고, 북적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요가학원 뿐이랴. 외국어학원이든 사이버 강의든 1월에는 무엇가를 배워보고 잘해보겠다는 열정이 어디에나 가득하다. 12월 31일에도 분명히 존재했던 태양을 1월 1일이 되어서야 처음 발견한 듯한 사람들의 표정에 담겨있는, 그 훙분과 열정이 1월에는 세상 구석구석에 넘쳐흐른다.   


그건 특별한 이벤트를 기점으로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리라. 

마음 먹고 새로 쓰기 시작한 일기는 쓰다만 노트 뒤쪽을 활용하기보다, 새로 산 예쁜 다이어리에 적어야 제 맛이듯 말이다. 스스로와 "우리 오늘부터 1일" 약속하는 기분이랄까. 




다이어트할 때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눈 앞에 있을 때? 맨날 돼지고기만 먹던 회식자리에서 갑자기 소고기를 사준다고 할 때? 아니다. 맛있는 거 참고 운동했는데 다음날 체중이 늘어나있을 때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장 속상하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진다.



미라클모닝을 하면 아침부터 많을 걸 해냈다는 느낌에 뿌듯하고 성취감이 든다. 남들 허겁지겁 일어나서 정신없이 출근할 때, '나는 이미 글도 하나 쓰고 독서도 했어. 게다가 운동까지 했다고. 훗' 뭐 이런 느낌이랄까.

반대로 어쩌다 미라클모닝에 실패한 날, 늦게 잠들었거나 피곤해서 눈을 못 뜬 날, 자다가 갑자기 눈을 떠서 시계를 봤는데 이미 7시일 때, '망.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 날 하루는 엉망이 되는 것이다. 


미라클모닝의 본질은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이른 새벽 시간은 타인에 의한 방해가 없다. 그러므로 나만의 시간을 매일 확보할 수 있으며, 나를 위한 시간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나의 하루 일과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아침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면, 반드시 아침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침이 힘들다면 하루의 일정한 시간, 되도록 고정된 시간으로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으면서 남에게 방해받지 않은 시간을 정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미라클모닝을 하루 실패했다고 해서 그 날 하루를 망친 것처럼 보내지는 말길 바란다. 

다이어트가 힘들 때,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무기력한 일상에 지칠 때 사람들이 우스갯소리처럼 말한다. 


"이번 생은 망했어"


그러나 이번 생에도 미라클모닝을 할 수 있는 날들, 나에게 투자할 수 있는 수많은 날들이 남아있다. 그러니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났다고 해서, 오늘 하루 실패했다고 해서 내 꿈을 위한 시간 투자를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


내일도 해는 뜬다. 오늘 못 했다면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내일의 태양을 1월 1일에 맞이하는 일출마냥 격하게 반겨주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자. 그 새로운 하루가, 오늘과 다른 삶의 첫 번째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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