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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Jan 12. 2024

미라클모닝, 이렇게 하면 망해요 - 나 이런 것도 해

그래서 어쩌라고. 

연재 중인 지난 글에서 '미라클모닝 시간에 남들이 다 하는 목표, 남들이 다 한다는 활동에 너무 매이지 않고, 본인의 목표나 꿈에 관련된 활동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결국 성과물이 나와야 더욱 재미를 갖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같은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사는 곳도, 직장도, 그리고 직장 동료 등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변화가 없으니 인생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지인들과 '한 해가 또 가네, 올해 뭐 했나?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또 한 살 먹었네"라는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지겨워졌다. 


그래서 생각했다. 1년 전에 비해 뭔가 하나라도 나아진 게 있는 한 해를 만들어보자. 

하루하루 루틴을 세워 매일 독서와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 해에 책을 10권 읽거나 100권 읽거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2023년 목표는 중국어 급수 따는 것과 피아노 배우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HSK 5급과 피아노로 파헬벨 캐논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중국어는 원래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업무상 중국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혼자 취미 삼아 공부하다 보니 몇 달 열심히 했다가 일이 바빠지면 또 손을 놓고 잊어버리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대만사람과 언어 교환을 하며 같이 공부해보기도 했다.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한 그녀가 한국어로 기본 대화가 될 정도로 실력이 좋아지고 한국어 시험 최고급수를 따는 동안, 나는 여전히 회사일과 집안일에 신경 쓰느라 더듬더듬 중국어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물론 언어교환 시간 외에 중국어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했기에, 열심히 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없었다. 


매번 다짐과 실패로 이어지는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나의 수준을 알기 힘들고, 객관적으로 실력 향상을 검증할 수 있는 지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HSK 시험을 목표로 했다. 작년 초에 HSK 5급 문제집을 샀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HSK 모의고사는 생각보다 쉬워서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니 절반이나 겨우 맞출 정도였다. 실력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연말까지 지지부진하다가 '이러다 해를 넘기겠다'싶어 11월에 한 단계 아래인 HSK 4급으로 시험을 봤다. 그리고 무난하게 합격했다. 



피아노는 아예 배워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집안이 풍족한 편도 아니었고 형제도 많았기 때문에, 예체능 학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 늦은 시간 SRT 수서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나이 많은 아저씨가 거기에 놓인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두 손을 동시에, 그것도 별개로!! 움직이는 피아노 연주는 내게 경이로운 서커스 묘기처럼 보였다. 내가 지금 배워서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고난도 기술처럼 보였달까. 또 출퇴근과 이어지는 집아일, 육아 등으로 피아노를 따로 배울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핑계도 있었다. 


그러나 내게 남은 인생도 많은데 평생 악기 하나 제대로 못 다루고 부러워만 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요즘 어플 중에 피아노를 배우는 어플도 많고, 집에는 아이가 어릴 때 배우느라 들여놓은 피아노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피아노 배우는 어플을 구독하고, 하나씩 따라 했다. 쉬운 곡이지만, 내가 두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놀라웠다. 피아노 실력이 엄청 좋아져서 유려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파헬벨 캐논을 칠 수 있고, 또 내가 다른 세상이라 여겼던 두 손 피아노 연주를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HSK 4급과 피아노 배우기. 이 두 가지는 내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말했듯이 내가 직장생활에서 중국어를 쓸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중국어로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의 만족' 그뿐이었다. 피아노 연주 역시 마찬가지다. 캐논을 연주해 냈을 때의 뿌듯함도 좋지만 혼자 캐논을 연주하는 것 그냥 그것이 전부이다. 


미라클모닝을 꾸준히 하고 더 큰 성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미라클모닝을 통한 결과물이 의미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 

혼자 HSK를 준비하는 것보다 중국어 회화 모임에 가입해서 같이 공부하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HSK 합격이라는 결과도 같이 기뻐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혹은 회사 업무에서 중국어 관련된 일을 자진해서 맡거나 중국인 대상 자원봉사를 하며 중국어를 보다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HSK 합격이라는 성취감 외에도 중국어로 일을 처리하거나, 중국인과 대화를 할 때마다 매번 나의 실력 향상에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피아노 연주의 경우에도 혼자 뚱땅거리기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들과 연계하여 활동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회사나 동네의 소규모 오케스트라에 가입한다던가, 혹은 친구들끼리 밴드라도 만들어서 같이 할 수 있다면 나의 노력이 보다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그로 인해 더 열정적으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자아실현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미라클모닝을 활용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아실현 목표가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큰 성과로 이어지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 '미라클모닝을 통한 성장'이라는 선순환이 더 잘 이루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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