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08
사랑은 눈빛으로 시작해
몸으로 완성된다.
말이 닿지 못한 마음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언어,
그게 에로스다.
사랑은 늘 말에서 시작된다.
눈빛으로 서로를 짚어보고,
마음을 꺼내기 전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서툴지만 정직한 표현들로
조금씩 마음의 결을 맞춰간다.
그렇게 우리는 바라보는 사랑을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말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는 사랑을 맞이한다.
입술이 천천히 기울고,
눈빛은 더 오래 머문다.
호흡이 달라지고,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감정보다 감각에 가까워진다.
그때 문장이 스친다.
“왜 사랑의 끝은 에로스일까?”
ㅡ
사랑은 마음이고, 에로스는 몸이다.
사랑이 감정을 건네는 일이라면
에로스는 그 감정을 말로 더는 담을 수 없을 때,
몸이 대신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제 말로는 부족해요.”
그건 사랑이 충분히 깊어졌다는 신호다.
서로를 오래 바라보았고,
듣고, 믿고,
그 마음이 언어의 경계를 넘어설 때,
몸이 감정의 언어가 된다.
ㅡ
입술이 닿는다는 건,
그저 자극이 아니라
오랜 감정이 현실을 통과해 형태를 얻는 일이다.
사랑이 서로를 바라보는 감정이었다면,
에로스는 서로를 안에 들이는 감정이다.
눈으로만 보던 존재가
이제는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욕망이 아니라,
경계 없는 확신이다.
ㅡ
플라톤은 에로스를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을 향해 나아가려는 본능”
이라 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통해
내 존재의 일부가 완성되길 바란다.
그 깊은 사랑은 결국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꿈꾼다.
그리고 그 순간은,
몸을 통해 감정이 닿는 에로스에서 시작된다.
ㅡ
사랑이 깊어지면
우리는 결국 입을 맞춘다.
그건 육체의 시작이 아니라,
감정이 하나로 녹아드는 첫 번째 증거다.
숨결을 나누고,
온기를 겹치며,
더 이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리에서
입술이 조용히 말한다.
“나도 너야.”
ㅡ
사랑은 처음엔 눈빛으로 시작되지만
진짜 사랑은,
몸이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순간 완성된다.
사랑이 에로스를 품는다는 건,
끝을 향해 간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사랑이 자기의 모든 언어를 꺼내려 한다는 신호다.
그게 에로스다.
그게,
사랑이 닿는 마지막이자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