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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현재형으로만 존재한다.

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09

by 마리엘 로즈


사랑은 언제나 지금에만 머문다.


“사랑했다”는 말은 이미 지나간 기록이고,
“사랑할 거다”는 말은 아직 오지 않은 약속일 뿐.


진짜 사랑은 언제나 지금의 순간에만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원’을 말한다.


“영원히 너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영원을 붙잡는 말이 아니라,


지금의 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소중한지
차마 담아내지 못해 꺼내는 고백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영원을 견디는 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고,
상황은 언제든 달라진다.


그래서 사랑은
끝나고,
멀어지고,
언젠가는 손에서 놓여야만 한다.


그런데도 이상하다.


사랑이 끝났는데도,
그 감정은 단순히 과거가 되지 않는다.


그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여전히 오늘에 스며든다.



문득 길을 걷다 마주친 바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소절,
낯설지 않은 빛깔의 하늘 아래에서
그때의 마음이 불쑥 되살아난다.


그 순간 깨닫게 된다.


사랑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구나.
과거에 묻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기억의 온기로 남는구나.


그래서 사랑은 현재형일 때 가장 뜨겁고,
추억이 될 때 가장 오래 간다.


끝나도 사라지지 않고,
모양을 바꿔 마음속 깊이 살아남는다.



사랑은 늘 현재형으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 현재가 지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오늘 속에 찾아온다.


사랑은 이렇게
우리 삶을 흔들고, 남기고, 다시 불러내며,
가장 아프면서도 가장 따뜻한 힘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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