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11
나는 사랑을 감정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감정은 언젠가 식지만,
태도는 오래 남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 곁에서도 나답게 머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사랑은 관계의 방향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ㅡ
나는 사람을 사랑할 때
그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만큼 지켜보고
기대하는 만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체념이 아닌
존중이 깃든 여백이다.
사랑은 다가가는 손짓만이 아니라,
멈추어 서는 용기이기도 하다.
ㅡ
사랑은 대상이 있을 때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세상을 대하는 나의 시선이기도 하다.
햇빛 스미는 창가에 잠시 머물며
그 빛을 고마워하는 마음,
길가의 꽃을 스쳐 지나가며
‘살아 있구나’ 하고 속삭이는 마음.
그 순간들 또한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ㅡ
이제 안다.
사랑은 뜨겁게 타오르는 감정보다
조용히 지속되는 온도라는 것을.
그 온도가 나를 단단하게 하고
세상과의 거리를 부드럽게 만든다.
사랑은 관계의 기술이 아니다.
세상을 대하는 나의 품격이다.
ㅡ
사랑은 감정의 끝이 아니라
삶의 태도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뜨겁게 주장하기보다,
온기로 머무르려 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랑으로 ‘사는’ 사람이 되기 위해.
https://pin.it/3dOhVRy6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