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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늘 현재형이다

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EP.13

by 마리엘 로즈


사랑의 시제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은 사랑을 이야기할 때,
유독 과거형을 쓴다.

“정말 사랑했었지.”

그 문장에는 언제나 작은 쉼표가 따라붙는다.


지금은 아니라는 뜻의

보이지 않는 쉼표.

하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쉽게 문장부호로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그 문장 속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숨 쉬고 있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보고 싶어.”
“잘 자.”
“사랑해.”

그 말들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어쩌면 진부하다.

그런데 그 말이 진심일 때,
그 문장은 언제나 새로 태어난다.


사랑의 언어는 단어가 아니라
온도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보고 싶어’라도,
어제와 오늘의 온도는 다르다.

어제는 그리움이었고
오늘은 안심이거나
혹은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진심이 머문 말은
다시 살아난다.


그게 사랑의 언어가 가진 신비다.



사랑은 약속이 아니다.
사랑은 지금의 움직임이다.

어제의 고백이 아무리 뜨거웠어도
오늘의 마음이 식었다면,
그건 더 이상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사람들은 오래된 사랑을 자랑하곤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오래된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새로워지는 감정이다.


오래되어도 여전히 설레는
그 마음의 갱신이야말로
사랑이 가진 기적이다.


그가 오늘 웃고,
내가 오늘 떨리고,
그 순간이 있다면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진심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그 사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 온기가 현재의 삶 어딘가에 남아,
다른 누군가를 더 다정하게 대하게 만든다.

사랑은 그렇게 시제를 바꾸며
계속 살아간다.

“사랑했었다”는 말조차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결국 진심이란,
시간의 형태를 바꿔가며
지금을 사는 마음이다.


오늘을 살게 하는 감정,
어제를 아름답게 만드는 기억,
그리고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마음.


그래서 사랑의 시제는 언제나 현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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