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15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붙잡으려 한다.
사랑, 관계, 아이,
심지어 시간까지도.
붙잡으면 안다는 듯
안심이 되지만,
붙잡는 순간부터
그건 이미 조금씩 새어나간다.
그건,
생명이 본래
머무르지 않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건 물뿐만이 아니다.
마음도 관계도 그렇게 흘러간다.
ㅡ
아이도 사랑도 결국은 자기 길로 흘러간다
우리는 자식을 낳지만
그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아이를 돌보며 배운 가장 큰 진실은
‘이 존재는 내 품에서 나왔지만 내 소유는 아니다’
라는 사실이다.
사랑도 그렇다.
한때는 같은 하늘을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하늘로 흩어진다.
바람의 방향처럼
마음의 계절도 변한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옆에 머무는 마음-
그것이 아마도
사랑의 가장 인간적인 얼굴일 것이다.
ㅡ
소유는 사랑을 안전하게 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랑을 믿고 싶어서 소유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소유하는 순간,
사랑은 살아 있는 마음에서
형태만 남은 대상으로 바뀐다.
그건 마치
새를 품에 가두는 일과 같다.
내 곁에는 있지만
더 이상 날지 못한다.
숨은 있지만 노래는 없다.
진짜 사랑은 새를 놓아주는 쪽이다.
멀리 날아가도
하늘 어딘가에서 그 존재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게 되니까.
그건 슬프지만
동시에 가장 따뜻한 이별의 형태다.
ㅡ
함께 머무는 시간, 그게 전부다
모든 관계는 결국
머무름의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아이도 친구도 연인도
각자의 길로 가기 전까지
잠시 서로의 세계에
빛이 되어 준다.
그 빛이 사라진 뒤에도
우리는 그 시간의 온도를 기억하며 산다.
그건 소유가 아니라
서로의 삶 속에 남긴
온기의 흔적이다.
가끔 그 기억이 아파도
그건 그만큼 진심이었단 뜻이니까.
ㅡ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구를 가지려 하기보다
그의 자유를 바라본다.
떠나더라도 변하더라도
그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기답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사실은 조금 흔들린다.
아직 완전히 놓을 수 없는 마음이
손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다.
생명의 소유란 존재할 수 없다.
그건 냉정한 말이 아니라,
가장 따뜻하게 사랑하기 위한
이해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이해는
언젠가 모든 이별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된다.
놓아주는 일,
그건 끝이 아니라
사랑이 한층 깊어지는 방식이다.
사랑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흘러가는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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