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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로맨스를 꿈꿀까

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12

by 마리엘 로즈


Prelude


아침의 공기는 언제나
조금 느리게 깨어난다.

식탁 위의 커피 잔에 김이 오르고,
햇살이 유리잔을 비스듬히 통과한다.
그 순간 마음이 묘하게 고요해진다.

설레는 일도, 아픈 일도 없는데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스친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럴 때면 안다.

사람은 결국,
설레는 누군가를 떠올릴 때 가장 살아 있다는 걸.





로맨스는 사실
단순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아직 내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사랑보다
‘사랑할 수 있는 상태’를 더 갈망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기울고,
작은 눈짓 하나에 하루의 리듬이 달라지고,
문득 흘러나온 노래 한 줄에
가슴이 툭, 내려앉을 때-


그때 우리는 안다.
아직도 내가 누군가를 향해
살아 있다는 걸.



현실은 언제나
질서와 책임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사람들은 하루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눌러두고,
이성의 얼굴로 하루를 견딘다.


그런 세상 속에서
로맨스는 단 한 번의 일탈이자,
아주 짧은 숨결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말보다,
“이 세상에도 여전히 따뜻한 일이 남아 있다”는

믿음에 더 가깝다.

그래서 로맨스는 도피가 아니라 회복이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감각을 깨우는 일.


우리는 그 감각을 ‘사랑’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잊고 있던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다.



로맨스를 꿈꾸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시 느끼고 싶어서.


누군가를 통해
나의 따뜻함이, 나의 유연함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잠시 멈춘 일상 속에서 문득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고,
한때의 설렘을 되새긴다.

그건 욕망이 아니라 기억의 복원,
결핍이 아니라 감정의 회복이다.



로맨스는 타인을 향한 꿈이 아니라,
결국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인생이 우리에게 허락한
가장 인간적인 기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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