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마음을 입다 | EP.13
찰나의 눈부심과 뒤돌아선 고요
찬란함이 한 칸 넘치자,
마음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낮게 깔린 조명이
길게 드리웠다.
기억이라는 잔에
작은 거품이 올랐다.
모두가 빛을 쥐려는 순간,
나는 반짝임의 이면에 앉아 있었다.
루비빛은 따뜻하지만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달콤함이 지나치면 중심이 흔들리고,
화려함은 종종 침묵의 무게를 감춘다.
말간 샴페인처럼 부풀어 오른 감정은
터지기 전까지 조용히 떨린다.
창밖은 새벽빛으로
서서히 옅어지고,
방 안에는
밤의 붉은 잔광만 남아 있었다.
거울 속 웃는 얼굴이
조금은 버티는 표정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지탱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은
언제쯤 올까.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빛은 꺼지기 직전에
한 번 더 조용해진다.
나는 그 고요를 지나
샴페인 같은 새벽으로 걸어 나왔다.
가장 붉었던 그 밤을,
오래도록 기억하기로 했다.
ㅡ
불빛이 마지막으로 흔들리면,
루비의 밤은 조용히 샴페인 새벽으로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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