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마음을 입다 | EP.12
빛이 환한데도,
마음은 모래결로 눌린다.
“오늘은 조금 무거워도 괜찮다고 해줘.”
ㅡ
오늘 하루는
‘괜찮다’로는 채 안 되는 날이었다.
딱히 슬픈 일은 없었지만,
몸이 조금 무거웠고
마음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ㅡ
샌드 그레이는
회색에 베이지가 한 톤 스민 색.
슬픔이라기보다
체온 있는 무게에 가깝다.
울음 대신 낮게 깔린 모래,
기분은 흐리지도 환하지도 않은 중간.
멈춰 있는 듯한 공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커튼을 걷었는데
햇살도 비도 아니었다.
확산된 빛이
유리 표면에 얇게 퍼지고,
창문은 투명한 회색으로 채워졌다.
그 틈으로 나오는 숨은
말 대신 한숨이었다.
가볍게 웃는 일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도
오늘은 조금 버겁다.
그래서 나는,
이 샌드 그레이 안에서
잠깐 쉬어 가기로 한다.
무거워도 괜찮은 하루가
때론 필요하니까.
ㅡ
마지막 음이 식으면,
모래빛 숨이 한 칸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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