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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향으로

숨결이 닿는 풍경 | EP.08

by 마리엘 로즈


나는 말을 멈추었다.


아니...

말보다 먼저
마음이 멈췄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 있다.


시간도, 기억도, 감정도
바람에 한 번 흩날린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진다.

나는 그 고요 속에 앉아
멀어지는 마음을 바라보았다.


붙잡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끝내,

그 바람의 결을 따라
마음을 천천히 기울여 보았다.

그건 누군가의 뒷모습이었고
어쩌면 나의 일부였다.

하늘은 말이 없었고
그 침묵은 다정했다.


나는 그 다정함에 기대어
스스로를 조금 놓아주었다.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에 남아 있던 감정의 조각들이
조용히 빛을 흩으며 사라졌다.

바람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나를 남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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