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닿는 풍경 | EP.08
나는 말을 멈추었다.
아니...
말보다 먼저
마음이 멈췄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 있다.
시간도, 기억도, 감정도
바람에 한 번 흩날린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진다.
나는 그 고요 속에 앉아
멀어지는 마음을 바라보았다.
붙잡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끝내,
그 바람의 결을 따라
마음을 천천히 기울여 보았다.
그건 누군가의 뒷모습이었고
어쩌면 나의 일부였다.
하늘은 말이 없었고
그 침묵은 다정했다.
나는 그 다정함에 기대어
스스로를 조금 놓아주었다.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에 남아 있던 감정의 조각들이
조용히 빛을 흩으며 사라졌다.
바람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나를 남기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