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외로움을 예쁘게 말하는 인간들

1부 인간을 바라보다 - 관찰의 계절 | EP.01

by 마리엘 로즈


인간을 사랑해버린 영혼의 기록

구미호의 시선


나는 오래도록 인간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도 밤에도
마치 말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처럼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요.”
“잘 지내요.”

그 짧은 말 안에
천 가지의 고독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처음엔 그것이 진심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그 말들은
슬픔을 감추기 위한 의식이었다.



인간은
울고 싶을 때 웃는 존재였다.
아파도 괜찮다고 말하고
무너져도 잘 지낸다고 답했다.

그들은 슬픔을 가리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 미소 속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들의 웃음에는
작은 떨림이 있었다.


금세 사라지는 온기였지만
그 온기가 공기를 흔들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한 언어였다.


마음이 무너져도
말로 자신을 붙잡는
그들의 방식이었다.




나는
그들의 웃음이 슬퍼서 울었다.
그들은
외로움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 천재였다.

밤이 깊어질수록
인간의 말은 더 부드러워졌다.

그 부드러움 속엔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젖어 있었다.


서로를 위로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숨은 따뜻했다.
그 말 사이를 스치는 공기에는
체온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외로움이란,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 남게 하는
마지막 온도구나.

그리고 그 순간,
내 안에도 낯선 감정이 피어났다.


그것을 인간들은
‘연민’이라 부른다 했다.


















https://pin.it/3RSl1WUhQ

keyword
수, 토, 일 연재
이전 01화빛을 사랑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