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의 마음으로 산다

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17

by 마리엘 로즈


조율하며 사는 태도에 대하여


햇살이 길게 깔린 오후,
그 위에 조용히 앉은 고양이를 본 적 있는가.


아무 말도 없고
아무 의도도 없어 보이지만
그 자리가 지금 가장 편하다는 듯,


빛과 온도를 정확히 읽어낸 몸짓으로
그곳에 슬며시 앉는다.


가까워도 숨 쉴 수 있는 거리



나는 세상을 통제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계획대로 끌고 가려 하다 보면
내 마음부터 지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율하는 삶을 택했다.


사람과의 거리도,
하루의 감정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들고 간다.


예전에는 누가 마음을 주면
그만큼 되돌려줘야 할 것 같았다.

조금만 거리를 두면 미안했고
내가 선을 긋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가까움이 곧 진심은 아니라는 것.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일이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가게 만든다는 걸.



감정 앞에서 머무는 방식



지금 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억누르기보다 잠시 그 감정 옆에 앉는다.

화를 바로 내지 않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대답을 조금 미룬다.

누군가 서운하게 했을 때도
즉시 반응하기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를 먼저 확인한다.


사람들은 ‘소통’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온도’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거리에서 나눴느냐'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는 눈빛,
설명보다는 간격,
가까움보다는 편안함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통제 대신 조율, 머무는 자유


때로는 상대가 서운해할 수도 있다.
“무슨 일 있었어? 왜 바로 말 안 했어?”
“갑자기 조용해져서 좀 당황했어.”

그럴 땐 조심스럽게 말한다.
“나는 그렇게 반응하는 게
우리 사이를 지키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했어.”


나는 고양이처럼
햇살이 드는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있고,
너무 뜨거워지면
소란 없이 한 발 물러서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품어도
붙잡지 않기에
마음이 흔들려도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


통제보다 조율.
집착보다 머무름.


그게 내가 나를 잃지 않고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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